[광주/전남]꿈으로 가득한 400명 아이들의 합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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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소외계층 초중고생들, 16일 여수 흥국체육관서 연주회
“아이들 변하는 모습 볼 수 있을 것”

16일 오후 7시 전남 여수시 흥국체육관에서 소외계층 아동 400명이 ‘하나의 악기’로 변신해 함께 꿈을 연주한다. 합주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전남지역 6개 시군의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기초생활수급자 자녀들로 구성된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 단원이다.

합주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가 주최하는 드림오케스트라 4회 정기연주회. 합주에서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제가 ‘렛잇고’와 캐럴 등 10여 곡이 연주된다. 합주를 지켜본 관객들도 여수 지역 아동센터 아동 2000명이다. 소외계층 아동들이 같은 처지의 또래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해주는 것이다.

드림오케스트라는 2010년 10월 18일 목포시 산정농공단지에서 저소득층 자녀 35명으로 창단됐다. 이후 2011년 담양군, 2012년 강진군, 2013년 장성·보성군, 올 1월 여수시로 확산됐다. 목포는 창단한 지 4년 만에 단원이 190명으로 늘었다.

악기를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던 아이들은 1주일에 2번씩 총 6시간 드림오케스트라 연습을 통해 꿈과 재능을 발견하고 있다. 아이들은 4년간 연습해 다양한 장르 35곡을 합주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연습은 지휘자 오승석 씨를 비롯한 강사 40명의 재능기부로 이뤄지고 있다. 오 씨는 “연주회에는 아이들이 드림오케스트라를 만나 변화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드림오케스트라는 음악을 이용해 저소득층 아동들을 가르치고 보호하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를 모델로 했다. 드림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배운 정민호 군(14·중2)이나 첼로를 배운 정다움 양(13·중1)은 전문 연주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드림오케스트라는 한국형 엘시스테마로 발전하고 있다.

드림오케스트라의 아동과 청소년들이 4년간 꾸준히 악기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보이지 않는 후원자 300명 덕분이다. 드림오케스트라는 다른 저소득층 아이들 연주단과 달리 연령 제한이나 연습기간 제한이 없다. 강사들도 정부 일자리 창출 일환으로 참여한 것이 아닌 순수한 자원봉사자다.

후원자 가운데 가장 큰 버팀목은 자신이 깎은 바이올린 첼로 등 현악기를 기부하는 목포 홍현악기 사장 홍의현 씨(45)다. 홍 씨는 1998년부터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음악이라는 치유의 선물을 주고 싶어 현악기 1000여 대를 기부해왔다. 그는 드림오케스트라에만 4년간 현악기 400여 대를 기부했다.

홍 씨는 아이들에게 줄 현악기를 깎고 배달해주다 올 4월에는 허리 디스크로 수술을 받았다. 드림오케스트라 단무장인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1주일 중 6일은 전남에 흩어져 연습하는 아이들을 찾아가 악기를 닦아주고 고쳐준다. 그가 운영하는 홍현악기 가게는 아직까지 전세다. 많은 기부를 하다 보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홍 씨는 “수술을 받은 허리가 많이 좋아졌다. 지난해에 비해 드림오케스트라 아이들이 100여 명이 더 늘어 즐겁다”며 웃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여수#흥국체육관#드림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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