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 女승무원 3m 물러날정도 밀고 말아쥔 파일로 벽 여러차례 두들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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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일등석 탑승했던 女승객 “나도 비행내내 불안감에 떨어”
조현아 “처음 듣는 일” 주장과 배치… 국토부, 15일 사무장 다시 불러 조사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승무원 폭행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진술이 나왔다. “처음 듣는 일”이라며 폭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조 전 부사장의 진술을 뒤집는 내용이라 추가 조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 당일 조 전 부사장 외에 유일하게 일등석에 탑승한 승객의 진술이어서 가장 진실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건 당일 조 전 부사장과 함께 일등석에 탄 박모 씨(32·여·회사원)에 따르면 ‘램프 리턴’(비행기를 탑승게이트로 되돌리는 것)을 하기 전 조 전 부사장이 일등석 여승무원을 심하게 질책했다. 그러고는 무릎 꿇고 있던 여승무원을 일으켜 세워 손으로 밀었고 승무원은 출입구까지 3m가량 뒷걸음질쳤다. 이후 얇은 파일 같은 것을 말아 쥐고 벽을 여러 차례 두드렸고 승무원은 울먹였다고 한다. 물리적 힘을 써서 상대방의 신체를 강압적으로 제압한 폭행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12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조사 받은 뒤 기자들이 폭행 여부를 묻자 “처음 듣는 일”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박 씨는 “사무장이 ‘죄송하다’고 하자 애초 승무원에게 내릴 것을 요구하던 조 전 부사장이 ‘당신이 책임자니까 당신도 잘못한 거니 내려’라고 말한 걸 들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또 “나 역시 불안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려 비행 내내 눈치를 봤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귀국 후 대한항공에 항의하자 담당 임원이 전화로 “모형 비행기와 달력을 제공하겠다. 언론에는 사과를 잘 받았다고 이야기해 달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조사단에 대한항공 출신이 포함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도 일부 확인됐다. 국토부 조사단 6명 중 2명은 2002년과 2011년 대한항공에서 퇴직해 국토부 객실감독관과 운항감독관으로 임용돼 근무 중이다. 국토부는 “두 사람은 기술적 부분만 조사하고 기내 소란 여부는 다른 공무원 4명이 맡아 봐주기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에는 조 전 부사장이 당일 탑승할 때 음주 상태였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지만 대한항공 측은 “음주하지 않았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국토부는 조 전 부사장의 진술이 확인된 사실과 달라 우선 박창진 사무장을 15일 다시 불러 보강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이번 주초 조 전 부사장을 피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와 항공법 등 위반 혐의가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이건혁 gun@donga.com·홍수영 기자
#땅콩 회항#조현아#승무원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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