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성적 떨어진다” 항의에… 서울 중산고 혁신학교 신청 철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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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지정을 신청했던 서울 강남구의 중산고가 학부모 반발로 사흘 만에 신청을 철회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중산고는 1일 서울형 혁신학교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1993년 개교한 중산고는 일반고지만 강남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 명문고로 통했다. 하지만 주변 휘문고와 중동고가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되면서 상위권 학생 입학이 줄어드는 등 위기를 맞았다. 이 학교 류만열 교장은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추가 지원금과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청했다”며 “혁신학교 신청이 위기 타개의 한 방법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주변 중3 학부모들에게 혁신학교 지정 신청 소식이 알려지면서 난관에 부닥쳤다. 중산고 지원을 생각하고 있던 예비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 학부모들은 “혁신학교로 지정된 고등학교는 학생들 성적이 떨어진다는데 도대체 왜 신청했냐”며 신청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태가 커지면서 기존 재학생 학부모들도 가세했다. 재학생 학부모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혁신학고 지정 찬반 여론조사’까지 벌였다. 조사 결과 83%가 “혁신학고 지정 신청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학부모들은 “혁신학교는 학생이 담배를 피워도 처벌을 하지 못하고 벌점만 줘서 생활지도가 안 된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학교 측이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다시 실시한 학부모 여론조사에서도 90%가 넘는 학부모들이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중산고는 결국 학부모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4일 시교육청에 지정 신청 철회를 요청했지만 이번에는 시교육청이 난색을 표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철회 명분이 명확하지 않다”며 서류를 반려하고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중산고는 9일 다시 철회 요구서를 시교육청에 보낸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학부모#성적#혁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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