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화서 청동기시대 암각화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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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 선-12개 원으로 된 비구상형, 물줄기 연상… 기우제에 사용 추정

청동기 후기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화개산 정상 인근의 암각화. 도형으로만 구성된 암각화가 한반도 남부 외 지방에서 나온 건 처음이다. 장장식 학예연구관 제공
청동기 후기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화개산 정상 인근의 암각화. 도형으로만 구성된 암각화가 한반도 남부 외 지방에서 나온 건 처음이다. 장장식 학예연구관 제공
청동기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암각화가 인천 강화군에서 발견됐다. 구체적 정물이 아닌 선과 원으로만 구성된 ‘비구상형’ 암각화가 한반도 남부지방 이외의 지역에서 나온 것은 처음이다.

한국암각화학회와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는 인천 강화군 교동면 화개산 정상 인근에서 청동기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암각화를 최근 발견해 조사했다고 3일 밝혔다. 앞서 이 지역 향토사학자인 황덕환 씨가 암각화를 처음 발견해 제보했다.

암각화는 가로 1.8m, 세로 85cm 크기의 자연 암석 위에 물줄기를 연상시키는 11개의 선과 12개의 구멍이 새겨져 있다. 연구팀은 바다가 보이는 정상 부근에 자리 잡은 것과 선의 모양을 감안할 때 기우제(祈雨祭)에 쓰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장식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제주(祭主)가 바위 위에 물을 부으면 홈이 파인 선형을 따라 아래로 흘러내렸을 것”이라며 “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산정제사(山頂祭祀)의 특징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동물 등을 그린 울산 반구대 암각화와 달리 추상 도형으로만 구성된 이른바 ‘비구상형 암각화’는 지금껏 경북 포항 경주 등 영남지역 네 곳에서만 발견됐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이번 발견으로 중부지방뿐만 아니라 북한지역에도 비구상형 암각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장 학예연구관은 제작 방식에 대해 “날카로운 석영이나 뾰족한 돌로 바위를 쪼아 윤곽을 새긴 뒤 오랜 시간 갈아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근처에는 기존에 알려진 철기시대 ‘윷판형 암각화’도 자리를 잡고 있어 이 일대에서 제의 행위가 빈번하게 치러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청동기#암각화#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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