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친황다오(秦皇島) 시는 허베이(河北) 성 동부 보하이 만에 접해 있는 도시다. 진시황제가 불로장생약을 얻기 위해 남녀 500명을 파견했다는 곳으로 유명하다.
친황다오 시에는 6000여 km인 만리장성 동쪽 시작지인 산하이관(山海關)이 포함돼 있다. 산하이관 만리장성을 최근 올랐다. 울산시와 허베이 성이 체결한 산악관광 교류협약에 따라 울산시, 관광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팸투어(사전답사여행)에 참가했다.
급경사 돌계단으로 된 만리장성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몇 번이나 쉬다 1시간 반 만에 전망대에 올랐다. 눈비로 계단이 미끄러울 때나 계단을 싫어하는 관광객을 위해 만리장성 옆으로 흙 등산로도 있었다. 노약자 등을 위한 케이블카도 운행한다.
1979년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이 안후이(安徽) 성 황산을 둘러본 뒤 “누구나 황산의 절경을 감상하도록 하라”고 한 지시가 이곳에도 반영된 듯했다. 만리장성 대부분의 구간에는 계단과는 별도로 케이블카도 운행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 관광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덩샤오핑의 지시로 황산에는 3개 노선에 케이블카가 설치되고 등산로에는 약 20만 개의 계단이 만들어졌다. 거미줄처럼 얽혀 있던 등산로는 모두 폐쇄됐다. 산 속 호텔에서 나오는 빨래는 케이블카로 산 바깥으로 옮겨 세탁해 수질 오염을 막았다. 황산은 케이블카를 설치한 지 10여 년 뒤인 199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황산의 가을을 보지 않고서는 중국을 봤다고 할 수 없다”며 적극 추천했을 정도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케이블카가 자연환경에 독(毒)만 되는 게 아니라 친환경적 관광지로 개발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곳곳에서 케이블카 설치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20여 년 전부터 논의된 울산의 영남알프스(신불산) 케이블카도 그 가운데 하나다.
울산시와 울주군이 지난해 500억 원을 들여 설치하기로 합의한 뒤 현재 환경영향평가 용역이 진행 중이다. 용역이 내년에 끝나야 2018년 개통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해 케이블카 설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케이블카가 산악 관광의 전부는 아니다. 걸어서 산을 오를 수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걷기 힘든 노약자나 신체 장애인도 정상에서 산 아래 경관을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 영남알프스는 KTX 울산역과도 가까이 있어 관광 기반만 제대로 갖추면 대표적인 산악관광지로 개발될 여지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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