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로 ‘고소영 향수’ 사고… 소방헬기를 마치 자가용처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국책연구기관들 명품서 오이까지 펑펑… 택시비로 3억도

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의 무분별한 법인카드 사용과 방만 경영이 도마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은재 행정연구원장은 연구사업비로 편성된 예산으로 26만 원 상당의 에르메스 넥타이와 ‘고소영 향수’로 불리는 ‘아닉구딸’ 향수를 46만 원가량 구매했다. 김 의원은 “이 원장이 국외출장 시 공항 면세점에서 수십만 원어치의 화장품을 법인카드로 수차례 결제했다”고도 지적했다.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도 행정연구원이 지난해 8월 5일부터 같은 해 12월 9일까지 12회에 걸쳐 법인카드를 선식과 오이, 고구마, 알타리무 등 구입에 썼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이 원장은 “개인 비용으로 모두 변제했다.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사과했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23개 국책 연구기관에서 제출받은 기관별 법인카드 사용명세를 분석한 결과 “극장과 놀이공원 등 레저활동에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례가 드러났고 4년간 택시 이용에 3억6000만 원을 쓴 사례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국토연구원은 2010∼2014년 일반주점에서 총 3851만3000원(321건)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도 드러났다.

안세영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법인카드 집행 회계 문제로 지적받는 일이 없도록 하고 지속적으로 사전교육과 감사 기능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지자체장 지역행사 이동 등에 최근 30개월간 179회 동원

최문순 강원지사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6차례, 모두 18시간가량 소방헬기로 이동했다. 주로 도정업무 항공정찰, 관광투자 사업, 외국인 투자유치 업무 등을 위해 타고 다녔다. 인명 구조와 화재 진압에 투입돼야 할 소방헬기가 이처럼 지방자치단체 업무에 과도하게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주승용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소방방재청으로부터 제출받아 8일 공개한 ‘시도별 소방헬기 비긴급 항공지원 현황’ 분석 결과다.

현재 전국에서 운용 중인 소방헬기는 26대. 3대는 소방방재청이 직접 운용하고 나머지 23대는 대전과 제주를 제외한 14개 시도 소방본부 소속의 항공구조구급대에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소방헬기는 최근 30개월(2012년 1월∼2014년 6월)간 지자체의 각종 행사나 업무 지원에 무려 179회나 동원됐다. △투자유치를 위한 항공시찰 등 지자체 업무 지원(62회) △지자체 홍보영상 촬영 및 취재지원(54회) △행사지원(50회) △소나무 재선충 항공 예찰 등 기타(13회) 지원이 대부분이다. 시도가 소방헬기 운용의 인사, 예산, 지휘 권한을 갖고 있고 조례로 ‘시·도정 업무 지원’에 소방헬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강원이 34회로 가장 많았고 △광주 28회 △전남 26회 △대구 18회 △인천 16회 등이 뒤를 이었다. 주 의원은 “시·도정 업무지원에 소방헬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이 오히려 소방헬기를 편하게 동원하기 위한 면죄부가 되고 있다”며 “경찰청, 해양경찰청, 산림청과 같이 소방헬기도 중앙에서 통합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고소영 샹수#법인카드#소방헬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