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118년전 에디슨이 만든 축음기 들어 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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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기기 4500점 기증받아 30일 문 여는 조선대 장황남정보통신박물관

조선대에 유무선 정보통신기기 4500여 점을 기증한 재미교포 의사 장황남 박사. 조선대는 장황남정보통신 박물관을 건립해 30일 개관식을 갖는다. 조선대 제공
조선대에 유무선 정보통신기기 4500여 점을 기증한 재미교포 의사 장황남 박사. 조선대는 장황남정보통신 박물관을 건립해 30일 개관식을 갖는다. 조선대 제공
“이게 에디슨이 1896년에 발명한 축음기입니다. 레코드판 대신 파라핀 원통을 끼워 사용하는데 지금도 소리가 납니다.”

24일 오전 광주 조선대 장황남정보통신박물관. 자신의 이름을 딴 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프리뷰 행사를 연 장황남 박사(73)는 ‘에디슨 축음기’의 가치를 설명했다. 이어 벨연구소, 초기 라디오, 방송 소리, 무선의 역사, 전자공학, 영상 등을 주제로 꾸며진 전시실을 차례로 보여주고 통신 장비 수집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30일 문을 여는 박물관에 그가 기증한 유무선 통신 장비는 무려 4500여 점. 컨테이너 두 대 분량이다. 전신, 전화, 무선통신, 라디오, 무전기, 초단파기기와 인공위성 통신기기까지 170년 통신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다.

○ 통신기기 4500여 점 기증한 재미교포

장 박사는 내과 의사이자 화가, 아마추어 무선사 이력을 가진 재미교포다. 1964년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1972년 의사 수련을 받기 위해 미국에 건너가 1977년 뉴욕 주 로체스터에 내과병원을 개업하고 미국 시민권자가 됐다.

그는 의대생이던 1964년 광주 전남 최초로 아마추어 무선통신사 자격증을 땄고 미국에서도 무선국을 운영했다. 국제수채화협회(NWS), 뉴욕 로체스터아트클럽(RAC) 정회원으로 활약하는 중견 화가이기도 하다.

이 많은 통신 장비를 모으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미국은 유무선 통신이 발달해 장비가 많았지만 사료적 가치가 있는 것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아마추어 무선사 페스티벌에 나가 정보를 얻고 ‘올드 라디오 애호 클럽’ 등 모임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어느 정도 안목을 키운 그는 현장 및 인터넷 경매를 통해 원하는 장비를 구입할 수 있었다. 미국에 없는 것은 영국, 호주, 스페인 등지서 구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운송료가 장비 값보다 비싼 적도 많았지만 그는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그는 “수집보다 아내를 설득하는 게 더 힘들었다”며 웃었다.

장 박사가 평생 수집한 통신 기기를 기증하게 된 것은 조선대와 인연이 깊기 때문이다. 조선대 제6대 총장을 지낸 고 김택주 씨가 장인이고 부인 김영자 씨는 약학과 15회 졸업생이다. 처남인 김병철 조선대 명예교수가 학교와 다리를 놨고 이 박물관의 초대관장을 맡았다. 장 박사는 “딸을 시집보내는 것처럼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홀가분한 기분도 든다”고 말했다.

○ 희귀품 가득한 정보통신박물관


박물관에는 세계 최초이거나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통신기기가 많다. 에디슨이 발명한 원통형 축음기를 비롯해 마르케세 마르코니가 개발한 라디오와 리모트 컨트롤러, 에드윈 암스트롱이 개발한 슈퍼헤테로다인 라디오, 새뮤얼 모스가 발명한 전신기 키 등은 세계 최초 희귀품들이다. 타이타닉호에서 사용한 것과 같은 키와 2극부터 5극 진공관까지의 진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진공관, 전지의 초기 단계인 습전지(濕電池), 초기의 전화기와 제2차 세계대전 때 사용했던 송수신기도 역사적 가치가 크다.

기기가 발명된 배경과 에피소드를 소개해 기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졌고 어린이 체험거리가 풍부한 것도 특징. 조선대는 1946년 개교와 함께 건립된 1125m² 규모의 옛 대학원 건물을 박물관으로 리모델링했다. 서재홍 조선대 총장은 “기증자의 뜻을 살려 과학 꿈나무들이 세상을 넓게 보고 창의성을 키우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 개방한다. 20명 이상 단체관람객이 사전 예약하면 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062-230-7780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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