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꼬막의 王’ 벌교 참꼬막 대량양식 길 열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생산량 급감에 가격도 급등
종묘배양장서 꾸준히 양식 시도
보성군도 적극나서 작년 80억 지원

전남 보성군 벌교꼬막 종묘배양장에서 생산된 1∼1.5mm 크기의 참꼬막 새끼들(왼쪽 사진). 이 새끼들은 갯벌에서 3∼4년 자라면 4cm 크기의 참꼬막이 된다. 보성군 제공
전남 보성군 벌교꼬막 종묘배양장에서 생산된 1∼1.5mm 크기의 참꼬막 새끼들(왼쪽 사진). 이 새끼들은 갯벌에서 3∼4년 자라면 4cm 크기의 참꼬막이 된다. 보성군 제공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도 제격이제.”

조정래는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 벌교 참꼬막 맛을 이렇게 묘사했다. 찬바람이 부는 10월이 되면 꼬막에 맛이 든다. 꼬막은 이때부터 반찬은 물론이고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꼬막은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조개) 세 종류가 있다. 참꼬막은 4cm 크기로 껍데기가 두꺼우며 19∼21개의 깊고 뚜렷한 골(줄)이 있다. 그러나 참꼬막은 생산량이 줄면서 값이 뛰어 ‘금꼬막’으로 불린다. 전남 보성군이 참꼬막 대량 양식에 도전하고 나섰다.

○ 생산량 줄며 가격 치솟아

보성군의 참꼬막 생산량은 2005년 3100t, 2010년 2600t, 2013년 2200t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보성 벌교 앞바다는 모래가 없는 갯벌로 유명하다. 찰흙으로만 이뤄진 벌교 갯벌에서 자란 참꼬막 내장에는 모래가 없다. 벌교 참꼬막을 먹으면 모래가 씹히지 않는 이유다.

벌교 참꼬막은 최고 품질로 전국 생산량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20kg들이 참꼬막 가격은 2005년 7만 원, 2010년 20만 원, 2013년 28만 원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참꼬막 생산량이 급감한 것은 새끼(치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새끼 참꼬막 감소는 댐과 해안 도로를 많이 설치하면서 갯벌에 강물 유입이 줄어드는 데다 수온 상승과 어장 황폐화 등 여러 원인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2011년 겨울 혹한으로 많은 참꼬막이 폐사했다.

보성 벌교 어촌계가 양식에 나섰지만 참꼬막 새끼가 뜰채에 붙지 않아 채취가 불가능해 어려움을 겪었다. 2009∼2011년에는 중국에서 새끼를 도입해 살포했지만 폐사했다. 한 어민은 “거액을 들여 중국 치패를 구입해 살포했으나 전부 죽어 실망도 컸다”고 말했다.

중국은 500년 전부터 조개류 양식을 시작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지니고 있고 꼬막 시장만 4조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종자와 중국 종자는 다른 데다 갯벌 여건도 달랐다. 국내 한 대학 연구팀도 참꼬막 새끼 부화와 살포 배양을 시도했지만 성공률이 낮아 어려움을 겪었다.

○ 참꼬막 새끼 보급 박차

보성군은 4일 벌교꼬막 종묘배양장에서 키운 참꼬막 새끼 2000만 마리(10kg)를 벌교 상진어촌계 갯벌에 살포했다. 1∼1.5mm 크기의 참꼬막 새끼는 갯벌에서 14개월 정도 자라면 1∼2cm 크기의 종패가 된다. 종패 참꼬막을 2년 정도 키우면 식탁에 올릴 수 있을 만큼 자란다. 윤영호 상진어촌계 어촌계장(63)은 “이번에 살포한 참꼬막 새끼는 여러 여건이 맞아 잘 자랄 것 같다”고 말했다.

보성군은 지난해 5월 80억 원을 들여 벌교읍 장암리 2만4108m²에 벌교꼬막 종묘배양장을 지었다. 종묘배양장에서는 연간 참꼬막 새끼 200kg 정도를 생산하게 된다. 생산된 참꼬막 새끼는 벌교 지역 각 어촌(중간 육성장)에서 자라게 된다.

벌교꼬막 종묘배양장을 위탁 운영하는 김주환 다산종묘 대표(51)는 1999∼2002년 한국산 참꼬막을 중국에 수출했으나 생산량이 감소하자 새끼 육성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생산한 참꼬막 새끼는 전남 강진과 해남 갯벌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강진군 도암면 정금동 어촌계장(51)은 김 대표에게 공급받은 참꼬막 새끼가 2∼2.5cm 크기로 자라 이달 25일경 분양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참꼬막 새끼 1kg을 4년간 키우면 총 1t 정도의 상품성 있는 크기로 성장한다”며 “참꼬막 새끼를 대량 공급해 소비자들이 맛있는 꼬막을 싼값에 먹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보성 벌교#참꼬막#양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