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경유 120억 어치 판 ‘가족 절도단’, 2년만에 결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1일 14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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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을 먹여 살릴 가업(家業) 아이템은 가짜 경유야!"

20여년간 석유 도·소매업을 하던 A 석유회사 대표 이모 씨(57)는 그동안 쌓인 빚을 한방에 청산할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 건설업체들이 공사현장에서 사용하는 건설기계용 경유를 특별히 의심하지 않고 사들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가격이 싼 등유를 경유에 7대 3의 비율로 섞어 가짜 경유를 만들어 팔기로 했다.

단순히 가짜 경유를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이들은 기름을 운반하는 탱크로리에 몰래 밸브와 배관을 설치했다. 업체에 경유를 전달해줄 때 탱크로리에서 내보낸 기름 가운데 30% 정도가 다시 탱크로리에 들어가게 해 기름을 빼돌렸다.

사기를 치기 위해서는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했다. 가족뿐이었다. 이 씨는 아내 유모 씨(50·여)와 조카 이모 씨(37)에게 감사와 이사 자리를 줬다. 아내의 남동생인 유모 씨(46)에게는 가짜경유를 운반하고 중간에 가로채는 역할을 시켰다.

가족 절도단은 2012년 1월부터 지난달 4일까지 경기 하남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등 26개 건설업체를 상대로 120여억 원 상당의 가짜 경유 591만L를 판매했다. 이중 12억여원 상당의 70만L는 주유과정에서 빼돌려 되팔았다.

이들은 다른 석유업체에서 일하는 익명의 제보자 신고에 의해 덜미가 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11일 수백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특가법상 상습절도 등)로 A 회사대표 이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박성진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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