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대생 의문死’ 스리랑카인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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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전 성폭행 당한뒤 차에 치여 숨져
법원 “특수강도죄 증거 불충분” 특수강간만 인정… 10년 시효 지나
검찰 “증거 보강해 항소할 방침”

올해 1월 박근혜 대통령이 15년 만에 진실을 밝힌 대표적 민원 해결 사례로 꼽았던 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의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최월영)는 1998년 10월 축제를 마치고 귀가하던 여대생 정모 씨(당시 18세·대학 1학년)를 구마고속도로 인근으로 끌고 가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한 혐의(특수강도강간 등)로 구속 기소된 스리랑카인 K 씨(48)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K 씨가 특수강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주변인이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는 전문(傳聞)밖에 없어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또 특수강간만으로는 공소시효 10년이 지나 처벌할 수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미궁에 빠진 이 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있던 K 씨의 DNA가 여대생의 속옷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다. 검찰은 K 씨가 정 씨의 물건을 빼앗고 성폭행도 했다고 보고 K 씨에게 특수강도강간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특수강도강간의 공소시효는 15년이어서 시효 만료가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이었다. 검찰은 정 씨가 사건 당일 성폭행을 당한 뒤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도움을 청하러 고속도로를 건너려다 트럭에 치여 숨진 것으로 봤다. 하지만 K 씨는 재판 내내 “사건 당일 범행 현장에 간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사건과 별건으로 기소된 무면허 운전과 강제추행 혐의는 유죄를 인정해 K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검찰 관계자는 “특수강도를 했다는 증거를 확보해 항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 씨의 아버지(67)는 “판결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검찰이 재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구마고속도로#스리랑카#특수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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