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환자들 손목 결박”… 경찰, 시신 모두 부검 실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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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요양병원 참사 이후]
“의혹제기 소방관 거짓말탐지기 조사”… 80대 방화 용의자 치사 혐의로 영장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남 장성군 효사랑요양병원 화재 참사 유가족들이 시신의 손목에 묶였던 자국이 남아있다며 사고 당시 ‘결박’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은 29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10시간 동안 효사랑요양병원을 압수수색해 병원 기록물과 컴퓨터, 각종 서류 등을 압수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장성군 홍길동체육관에서 피해자들의 손목 등을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시신에 수갑 찬 것처럼 자국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속 피해자들은 손목에 검붉은 색을 띤 상처 자국이 일부 남아 있었다.

경찰은 이날 시신 전원의 부검을 실시했다. 화재 당시 손목 등이 결박됐거나 신경안정제나 수면제가 과다 투여된 사망자가 있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부검 결과는 2주 뒤에 나온다. 노규호 장성경찰서장은 “일부 환자가 손발이 묶여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소방관에게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하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병원의 입원 환자로 이번 방화의 유력한 용의자인 김모 씨(82)는 앞선 28일 경찰 조사에서 화재 당시 행적에 대해 “옆에 있던 사람이 변을 보고…” “나도 대학 나왔고…” 등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신이 또렷하지 않은 사람을 조사했던 경험이 있는 전남지방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수사관)를 29일 김 씨 조사에 투입했다. 김 씨의 부인(75)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화재 직후인) 28일 오전 2시경 남편과의 통화에서 ‘내가 죽었어야 하는데 나는 안 죽고 살아 있네. 다른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라고 말했다”며 “남편은 (그동안) 요양병원 생활에 만족했고 평소 불을 무서워했다”고 말했다.

장성경찰서는 김 씨에 대해 29일 방화 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는 발화 장소인 병원 별관 2층 3006호실에 들어갔다가 화재 발생 약 3분 전 나오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장성=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장성 요양병원 참사#손목 결박#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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