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대학 이학과] 이현세 “성난 고양이가 도시를 파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5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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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an99학번 정필원 작가의 패밀리맨의 한장면
Secan99학번 정필원 작가의 패밀리맨의 한장면
"난, 재밌게 들었어…, 성난 고양이가 도시를 파괴한다는 발상도 기발하고…"

4월 17일 세종대 군자관 만화애니메이션학과(Secan:SEJONG UNIVERSITY, DEPT. OF COMICS & ANIMATION)의 이현세 교수가 한 학생의 시놉시스를 듣고 한 평이다.

이날 강의는 학생들이 졸업작품으로 준비한 만화 혹은 애니메이션 시놉시스를 프레젠테이션 하는 자리. 이 교수는 길게는 10여 분, 짧게는 5분 정도 학생들의 작품 설명을 주의 깊게 듣고 난 후 부드러운 화법으로 '솔직하게' 자신의 느낌을 말했고 학생들은 몰입했다.

강의실에서는 만화가 이현세가 만들었던 '까치'의 까칠함은 보이지 않았지만 잠깐 어딘가를 응시하는 그의 모습에서  까치와 비슷한 냄새가 나기는 했다.
강의실에서는 만화가 이현세가 만들었던 '까치'의 까칠함은 보이지 않았지만 잠깐 어딘가를 응시하는 그의 모습에서 까치와 비슷한 냄새가 나기는 했다.
몰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고양이를 주제로 한 작품 '롤링 캣츠 어택'의 시놉시스를 발표한 4학년 박준호 씨(29)는 "이 교수님이 만화의 대가이시지만 권위의식 없이 학생들이 만든 어떤 작품도 진지하게 평을 해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교수가 토론을 자주하고 작가로서 가져야할 태도 등을 조언해 주는 것도 많은 학생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중한 표정으로 학생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이현세 교수. 대학교수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란 질문에 "학교는 여행의 도중에서 만나 도서관이다."라고 답했다. 도서관에 17년넘게 파묻힌 이현세의 '도서관 이후'의 모습은 어떨까. "내 위에 있는 존재 까치"를 넘어설까?
신중한 표정으로 학생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이현세 교수. 대학교수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란 질문에 "학교는 여행의 도중에서 만나 도서관이다."라고 답했다. 도서관에 17년넘게 파묻힌 이현세의 '도서관 이후'의 모습은 어떨까. "내 위에 있는 존재 까치"를 넘어설까?
기자가 이날 둘러본 2학년 전공필수인 김지훈 강사의 '내러티브 워크숍'과 3학년 전공필수인 곽성조 강사의 '3D 애니메이션 제작고급' 수업시간에서도 학생들은 열심이었다. 한창완 세종대 Secan학과장(47)은 "우리 과에 들어오는 학생들 전부는 만화를 좋아하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이룰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확고해 수업 하나 하나를 중요시한다"며 그 이유를 설명한다.

3학년 전공필수인 '3d 애니메이션 제작 고급' 시간에 곽성조강사가 모니터에 3d화면을 띄어놓고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3학년 전공필수인 '3d 애니메이션 제작 고급' 시간에 곽성조강사가 모니터에 3d화면을 띄어놓고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Secan의 비전은 만화가를 넘어 '디지털 콘텐츠 프로듀서'를 길러내는 것. 96년 국내 4년제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만든 만화관련 학과인 '영상만화학과'의 이름을 2000년에 지금의 Secan으로 개명한 이유도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스타작가를 비롯해 애니메이션, 연출, 기획, 마케팅을 전공한 16명의 교수진(강사 10명 포함)은 만화 플랫폼의 변화에 탄력적인 대응을 가능케 할뿐 아니라 졸업생들을 게임 및 애니메이션 산업으로 진출시키는 동력이 되고 있다.

Secan 2학년 학생들이 개인 실습실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학생들은 여기서 밤을 새며 자신만의 그림을 그린다. Secan제공
Secan 2학년 학생들이 개인 실습실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학생들은 여기서 밤을 새며 자신만의 그림을 그린다. Secan제공
04년도 졸업해 미국 마블출판사 일러스트레이터로 근무 중인 이인혁씨가 참여한 일러스트
04년도 졸업해 미국 마블출판사 일러스트레이터로 근무 중인 이인혁씨가 참여한 일러스트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5년 국내 만화 시장의 규모가 1조 원을 상회하고 그중 30% 정도를 웹툰이 차지할 것으로 예측한다. 웹툰의 성장은 Secan에도 엄청난 기회다. Secan 졸업생과 재학생들은 이미 2008년부터 시작된 웹툰의 전성기를 마음껏 활용하고 있다. 20여명에 달하는 Secan 출신 웹툰 작가들이 네이버, 다음, 네이트, 레진 코믹스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중 2000년도 학번인 하일권 씨는 웹툰인 '목욕의 신' '방과후 전쟁활동'의 성공으로 '웹툰작가'로서 정착해 남부럽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재학생들도 선배들에 뒤지지 않아 2012, 2013년 '네이버대학만화 최강전'에서 2년 연속 우승해 Secan의 성과를 높인 바 있다. 2013 최강전 우승자인 4학년 강지영 현예지 학생은 네이버 웹툰에 'Oh my God'을 연재해 누리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향후 전 세계 프린트 만화 시장은 해마다 마이너스 성장에 그치는 반면 디지털만화는 연평균 10% 이상씩 성장해 2017년에는 시장규모가 18억96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10여 년 전부터 웹툰 플랫폼을 개척한 '한국 만화'는 웹툰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및 게임과 융복합된 '스마튠'으로 발전해 세계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측한다. 세계시장을 흔들 다음 한류는 '만화'라는 얘기다.

Secan의 비전은 '한류의 미래'에 맞닿아 있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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