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가 바뀐다]싱가포르 넘어서는 관광 도시로… 한국 서비스산업의 메카 꿈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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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관광산업 전진기지로 주목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에 들어설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겨냥해 인천 지역 대학들이 카지노학과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서비스 고급 인력 양성에 중점을 둔다. 인천도시공사 제공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에 들어설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겨냥해 인천 지역 대학들이 카지노학과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서비스 고급 인력 양성에 중점을 둔다. 인천도시공사 제공
3월 미단시티 내 카지노 복합리조트사업에 대한 정부의 사전승인이 이뤄진 이후 인천 영종도가 서비스산업 전진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4%대 저성장 기조를 탈출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앞당기는 돌파구가 영종도에서 마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비스 만족도 세계 1위인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는 거대 소비시장인 중국을 배후로 두고 있으며, 마카오 싱가포르 등과 경쟁할 수 있는 관광지로서의 잠재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서 한국 관광산업의 새 지평을 열도록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글로벌 서비스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그러면 한국 경제 재도약의 중심 역할을 할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에 큰 몫을 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 서비스 인재를 키워라

한국 카지노를 찾는 외국인들을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이 대세다. 예전에 일본인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양상이 달라졌다. 영종도에 외국계 카지노가 들어서는 것을 계기로 인천 지역 몇몇 대학에선 중국어를 필수로 하는 카지노학과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인천문예전문대는 올해 카지노딜러학과를 신설해 25명의 신입생을 뽑았다. 처음 입학생을 모집했는데도 입시 경쟁률 2 대 1을 보였으며, 전문 딜러 양성을 위해 현장실습 위주로 커리큘럼을 짰다. 카지노를 운영 중인 세븐럭, 강원랜드 등과 협정을 맺어 카지노 현장에서 딜러교육을 펼치게 된다. 딜러 12년 경력으로 관광학 박사 출신의 박주희 씨를 교수로 영입한 것도 이색적이다.

정지수 인천문예전문대 학장은 “영종도가 국내 ‘카지노 허브’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급 딜러를 키울 수 있는 전문학과를 운영하기로 했다”며 “졸업생 전원이 중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하고 감정 컨트롤에 능통하도록 인성 및 서비스 교육을 체계적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인여대는 올해 호텔경영학과를 호텔&카지노학과로 이름을 바꾸고 산학실습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 대학은 중국 3개 도시의 대학 및 호텔에서 매년 5∼10명씩 조를 이뤄 교환수업이나 인턴십 과정을 6개월간 받도록 하고 있다. 재학생들은 영어를 기본으로 중국어 고급(HSK 중국어능력시험 4급 이상) 실력을 갖춰야 졸업할 수 있다.

인천재능대도 카지노 인력 수요에 대비해 카지노학과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또 국내 최초의 외국 명문대 공동캠퍼스인 송도글로벌캠퍼스에는 호텔경영 부문에서 미국 최고 명문인 라스베이거스주립대가 들어올 예정이다.

규제 개선을 위한 드라이브


한국이 다국적 기업의 지역본부와 R&D센터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지만 싱가포르 중국과 비교해 초라한 실적이다. 싱가포르 4000여 개, 중국 510여 개, 일본 130여 개에 달하지만 한국엔 고작 8개만 설립된 상태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정부는 투자 발목을 잡는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하고 행정규제를 완화하는 조치에 나섰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투자 유치의 실험장인 경제자유구역에 중첩된 각종 모순을 시정하기 위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먼저 영종도 지역에 대한 무비자 지정과 부동산 투자 이민제의 보완 등 외국계 카지노 설립 허용에 따른 후속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 이민제의 경우 2011년 11월 법무부 고시에 따라 인천경제자유구역 일부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손질이 필요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한국 투자 이민 조건으로 제주, 강원 평창, 전남 여수에선 5억 원 이상의 부동산을 구입하면 되는 데 반해 인천은 7억 원 이상이어서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불만이 높다”고 귀띔했다. 투자 금액을 하향 조정하고 부동산 투자 이민제 적용 지역을 경제자유구역 전역으로 확장해야 실질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콘도, 호텔, 펜션, 별장 등 휴양시설로 국한돼 있는 투자 대상을 미분양 주택, 선박 등으로 확대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또 한국형 카지노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영종도에서도 제주도와 같은 무비자 제도를 시행하고 지자체 초청 비자제, 카지노 고객을 위한 도착 비자제 도입을 검토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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