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장애인 상’ 수상자로 선정된 코레일 부산경남본부영업처 황윤석 차장. 시각장애인 볼링대회에서 메달을 딴 모습. 동아일보DB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어려운 분들과 함께 가겠습니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선정한 ‘올해의 장애인 상’ 수상자인 코레일 부산경남본부영업처 마케팅팀 황윤석 차장(50)의 각오다. 황 씨는 1984년 철도고 졸업과 함께 9급 공무원으로 코레일에 입사했다. 하지만 부산진역에 근무하던 2001년 1월 망막질환으로 시력을 잃어 시각장애 1급(전맹) 판정을 받았다.
그는 처지를 비관하기보다는 장애가 없을 때보다 더 열심히 생활했다. 음성인식 컴퓨터 사용 기능 습득, 녹음파일 작업 등을 통해 각종 자료와 정보를 분류하고 읽어냈다.
직장에서는 퇴직을 권유했지만 장애를 감안한 직무 분야를 희망해 홍보와 마케팅, 판촉 등의 업무를 맡았다. 매일 136개 언론사 담당기자들에게 홍보자료를 배포했다. 태백산 눈꽃 기차여행, 홍도 흑산도 기차여행 등 상품 홍보를 위해 20여 차례 기자들의 동행 취재를 지원하기도 했다. 전국 300인 이상 기업체와 단체 4000여 개를 대상으로 텔레마케팅을 하고 안내자료 작성 및 발송, 홈페이지 정리 및 전자우편 전송도 처리했다.
민원부서에 있을 때는 목소리를 높이던 민원인들이 그의 친절한 응대에 오히려 미안해하기도 했다. “민원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처지를 헤아리다 보면 답은 금방 찾아진다”는 게 그의 업무 비결이다. 2009년 철도인 중 민원업무 부문 ‘철도 대상’을 받기도 했다.
언론 인터뷰와 프로그램 출연 등을 통해 ‘장애를 딛고 일어선 당당한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 장애인의 사회생활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앞장섰다.
봉사 및 사회공헌 활동은 비장애인보다 더 왕성하다. 안마의료 봉사, 사회복지시설 노인 초청 KTX 체험, 어린이 초청 독립기념관 및 중앙박물관 견학, 오지학교 급식비·장학금 및 도서 지원 활동을 펴고 있다. 직장 내 봉사단체인 ‘삼당사랑회’ 대표도 맡고 있다.
바깥나들이가 힘든 부산의 장애인들과 함께 음악회나 공연 등 각종 문화예술행사에 참가해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실어주는 것도 그의 역할 중 하나다. 자신과 장애인들에게 장애 극복을 위한 사고와 도전의식을 전파하고 각오를 다지기 위해 2006년 한국디지털대(현 고려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2010년 졸업했다.
볼링 활동은 그가 희망을 버리지 않기 위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 2007년부터 업무가 끝나면 볼링장에서 ‘핀’과 씨름했다. 2009년에는 전맹 시각장애인 볼링등급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황 차장은 “우리는 세상이 보이지 않아도 ‘스트라이크’란 소리를 들으며 삶의 활력을 찾고 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사회를 희망했다.
한편 부산장애인총연합회(051-863-0650)는 17일 오전 10시 반 강서체육공원 실내체육관에서 제34회 장애인의 날 행사 및 사랑의 콘서트를 연다. 장애인 신발 전문 업체인 선형상사는 이날을 전후해 장애인 50명에게 맞춤구두를 기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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