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20일 대구실내체육관)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예비후보 4명(권영진 서상기 이재만 조원진)의 옥석 가리기가 쉽지 않다.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구시가 이미 추진하는 정책이거나 약간 변형한 것이 대부분이다. 후보들이 차별적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해 유권자들은 변별력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비후보들은 모두 ‘대구시장이 되면’ ‘당선되면’ 같은 가정법 말투로 대구를 새롭게 일으켜 세우겠다고 외친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일자리 수십만 개 만들기처럼 막연하거나 생활체육 활성화 같은 시시콜콜한 것이 많다. 예외 없이 ‘준비된 후보’라고 하지만 무엇을 구체적으로 준비했는지는 제시하지 못한다. ‘변화’ ‘혁신’ ‘소통’ ‘공감’ ‘창조경제’ ‘글로벌’ 같은 뻔지르르한 말이 넘친다. 알맹이 없이 “당선만 시켜 달라. 모조리 해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구시장 선거는 대구를 서울 부산 인천 대전 같은 대도시와 비교해 어떤 경쟁력을 키울 것인지 정도에서 경쟁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이런 수준의 논리가 전혀 없다.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인데 예비후보들은 대구를 ‘작은 동네’처럼 여기는 좁고 얕은 테두리에서 맴돈다.
‘대구를 두뇌산업관광도시로 만들겠다. 이는 서울 부산 인천도 못한다’ 같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는 후보는 아무도 없다. 대구시가 어렵게 유치한 한국뇌연구원이 이르면 올해 상반기 대구의료복합단지 안에 건물을 완공한다. 뇌를 활용한 의료와 산업, 관광의 부가가치는 엄청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구=두뇌도시’ 같은 매력적인 비전은 ‘아니면 말고’식의 선심성 부실 공약과는 차원이 다르다.
최근 만난 김범일 대구시장은 “세상은 대구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구의 발전 전략은 실사구시(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정확한 판단을 하고 해답을 구하는 태도)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 차근차근 기초실력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8년 동안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예비후보들은 이런 절박한 현실에 문제의식이 없다. 그저 듣기 좋은 말만 쏟아내고 길거리에서 명함 돌리기에 바쁘다. 기초실력을 갖추고 대구가 새로운 출발점에 서도록 할 수 있는 후보는 누구인가. “나는 불가능하다던 일을 이렇게 이겨냈다”는 경험을 하나라도 명확하게 제시하는 예비후보가 믿음직한 일꾼이 아닐까. 경선까지 남은 시간 동안 예비후보들은 ‘이렇게 하겠다’가 아니라 ‘이렇게 해왔다’를 보여야 대구 유권자들이 그나마 이번 선거에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기대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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