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죽음은 사실… 청부살인입니다” 10년만의 증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변사로 묻힌 사건, 재소자가 폭로… 살인교사 재건축조합장 등 구속

“감히 조합장인 나를 해임하겠다고…. 어디 두고 보자.”

2004년 5월 초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한 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인 이모 씨(59)는 회의 때마다 대립해온 조합 감사 A 씨가 미웠다. A 씨는 “조합장이 무능해 재건축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다가 ‘조합장 해임결의안’까지 내놓았다. 이 씨는 A 씨를 혼내주기로 마음먹었다. 이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게임장 직원 오모 씨(47)에게 500만 원을 주기로 하고 ‘강도로 위장해 A 씨를 폭행해서 앞으로 조합 회의에 나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2004년 5월 11일 오 씨는 태권도 유단자인 지인 김모 씨(39)와 함께 A 씨의 집 앞에서 기다리다 오후 9시 10분경 귀가하던 A 씨의 머리를 뒤에서 돌멩이로 2차례 때린 뒤 도주했다.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두개골 골절 등으로 열흘 뒤 숨졌다. 당시 경찰은 A 씨와 평소 갈등을 빚던 조합장 이 씨를 의심했지만 이 씨는 범행 시각에 인터넷 온라인 게임을 하며 이미 알리바이를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당시 부검의도 A 씨가 관상동맥 경화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했고 두개골 골절은 넘어지면서 다친 것으로 결론 내렸다. 현장에서 범행에 사용한 돌멩이가 발견됐지만 피가 묻어있지 않아 정밀분석을 하지 않았다. 결국 변사 처리로 사건이 종료됐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 발생 10년 만에 인천구치소에 수감된 한 재소자가 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재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재소자를 설득해 진술을 받았고 이 씨의 통장에서 오 씨 등에게 현금 500만 원이 건네진 사실을 확인했다. 인천지검 강력부(부장 정규영)는 A 씨를 청부살해한 혐의로 이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오 씨와 김 씨도 공범으로 구속 기소했다.

A 씨의 부인은 남편이 숨진 뒤 중소기업에 다니며 어렵게 딸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최근 A 씨 부인에게 남편이 살해됐다는 사실을 통보하자 부인은 “오늘이 남편의 생일”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인천지검 김회종 2차장은 “사정이 어려운 유족을 위해 피해자지원센터와 연계해 생계비 1000만 원과 소송 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청부살인#변사#살인교사#재건축 조합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