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먹은 금붕어 피 쏟으며…‘농약 김’ 1900t유통 어떡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일 09시 58분


사용이 금지된 독성이 강한 농약을 뿌려 김을 생산한 이른바 '농약 김' 약 1900t이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확인 된 가운데, 유해성 실험결과 금붕어들이 얼마안가 피를 쏟으며 죽는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지난달 31일 농약 김 양식업자들을 적발해 불구속 입건한 후 '농약 김'의 유해성을 입증하기 위해 수조실험을 했다.

해경은 지름 12㎝, 높이 14㎝의 원통형 수조에 금붕어 2마리를 넣고 이번에 적발된 어민들이 사용했던 농약 30㏄ 정도를 수조에 부었다. 금붕어는 20분도 안 돼 아가미에서 피를 쏟으며 죽었다.
해경은 "인체에 대한 농약의 유해성 실험을 한 것은 아니지만 농약이 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작은 수조에 지나치게 많은 양의 농약을 부었으며 문제가 된 농약은 농약 중에서도 어독성이 가장 약하고 인체에 미치는 독성도 가장 약한 것으로 분류돼 있다며 해경이 무리수를 뒀다고 지적했다.

한편 남해지방해양경찰청 광역수사팀은 이날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농약 김' 양식업자 김모 씨(58) 등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해경은 또 부산과 경남(진해) 일대 양식업자 수십 명을 조사 중이다.

김 씨 등은 2011년부터 최근까지 부산 강서구와 경남 진해구 등지서 김 양식장을 운영하면서 정부에서 보조금까지 지원하며 사용을 권장하는 유기산(김활성처리제)에 농약(전착제)을 희석시킨 뒤 김 양식망과 생장 중인 김의 잎사귀에 사용하고, 남은 농약은 그대로 바다에 버려 오염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바다에서는 해상오염과 수중생태계 보전을 위해 농약 사용이 금지돼 있다.

해경조사 결과 이들 양식업자들은 김양식장 갯병 예방 및 각종 잡태 제거를 위한 무기산(공업용 염산)이 해경 단속으로 사용하기 어렵게 되고, 유기산의 경우 산의 농도가 약해 효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유기산에 농약을 섞어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아무런 제재없이 소량씩 여러 번에 걸쳐 농약을 구매하는 방법으로 필요한 양을 확보하거나 대량 구입이 가능한 농민들에게 부탁해 대리 구매하는 수법으로 농약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2011년부터 최근까지 이렇게 생산한 '농약 김' 1900t은 지역의 수산업협동조합을 통해 위판 가공된 후 전국의 백화점, 대형마트, 재래시장 등을 거쳐 유통됐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남해해경청 관계자는 "이들이 김양식장에 사용한 어독성 3급의 농약은 해상에 유출될 경우 바다오염이 가중되고 수중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이 제한되며 특히 사람의 피부에 접촉시 화상 또는 실명의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섭취할 경우에는 구토, 소화불량, 위장장애 등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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