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백혈병 엄마 하늘로… 두 자매에게 사랑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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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둘 남기고 투병하다 떠나… 광주 남구청, 4년간 月 42만원 지원
“도움의 손길로 희망 나눠주세요”

“백혈병을 앓으면서 홀로 자매를 키우던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초등학생 자매를 돕고 싶은데….”

21일 오전 광주 남구 복지지원과 희망복지지원팀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남구에서 계란 직판장을 한다는 40대 남성의 전화였다. 그는 “어머니가 2년간 투병생활을 하다 두 자매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봤다”며 “(내가) 마음 편히 줄 수 있는 게 계란뿐인데 (자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들이 클 때까지 매주 계란 한 판씩을 배달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희망복지지원팀 나경혜 씨(43·여)가 자매의 아버지(38)에게 후원 소식을 전하자 아버지는 “마음 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한 주에 한 번이면 너무 많으니 한 달에 두 번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가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남구를 통해 후원자의 연락처를 물었으나 후원자는 알려지는 게 부담스럽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백혈병으로 투병하던 엄마는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이웃 사랑의 온정은 세상에 오롯이 남았다. 2년 넘게 병마와 싸우면서 초등학교 6학년, 3학년인 두 딸을 키우던 A 씨(36)가 세상을 떠난 것은 지난달 1일. A 씨는 2010년 남편과 이혼한 뒤 식당 일과 파출부 일을 하며 두 딸을 키웠다. 2012년 8월 갑자기 쓰러진 A 씨는 병원에서 백혈병에 걸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막대한 치료비와 생계 걱정으로 진단 후에도 식당 일을 놓을 수 없었던 A 씨는 지난해 3월 골수 이식수술을 받았지만 7개월 만에 병이 재발해 다시 입원했다.

지난해 11월 A 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각계에서 후원이 이어졌다. 남구는 긴급생활비를 지원하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 KT&G복지재단 등과 함께 모금활동을 벌여 1200만 원을 모았다. 자매가 살고 있는 집 주인은 보증금 250만 원을 받지 않고 월세도 깎아줬다. 뒤늦게 이혼한 아내의 투병 사실을 알게 된 남편도 찾아와 병상을 지켰다. 주위의 온정에도 불구하고 A 씨는 병이 악화돼 결국 숨을 거뒀다. A 씨와 자매를 보살폈던 남구 사회복지사 양유경 씨는 “A 씨는 힘겨운 투병생활에도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고 병이 나으면 도와주신 분들에게 은혜를 꼭 갚겠다며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남겨진 자매는 현재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는 작은 기계공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100만 원 남짓의 월급으로 자매를 키워야 할 처지다. 남구는 자매에게 이달부터 4년간 매월 42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여전히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상황이다. 남구 희망복지지원팀 나경혜 씨는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몇 차례 후원 문의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뚝 끊겼다”며 “두 자매가 아빠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주위에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후원 문의는 남구 희망복지지원팀 062-607-3341.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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