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갑상샘암 증상 없으면 초음파 검사 안받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4일 03시 00분


환자 10만명당 81명꼴… 과잉검진 논란에 암센터 등 6월 가이드라인

목에 잡히는 혹 등 아무런 증상이 없는 사람은 건강검진 시 갑상샘(선)암 초음파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암센터 관계자는 “멍울 등 갑상샘암 증상이 없는 사람은 미리 암 초음파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담은 국가 검진 가이드라인 초안을 6월에 발표한다”고 23일 밝혔다. 국립암센터는 최근 대한갑상선학회 등 관련 학회와 ‘갑상샘암 검진 권고안 제정 위원회’를 구성해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 관계자는 “갑상샘 초음파의 효과를 다룬 국내외 논문들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검사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못 냈다”며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 초음파 검진을 권고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갑상샘암은 2009년 이후 전체 암 환자 중 1위를 계속 차지할 정도로 흔한 암. 특히 2011년 한 해에만 인구 10만 명당 81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갑상샘암 환자 급증에 대해 과도한 검진이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의사는 최근 ‘갑상샘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를 구성해 “과다 진단을 방치한 정부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할 정도. 의사연대는 갑상샘암이 성장 속도가 느린 ‘착한 암’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5년간(2007∼2011년) 통계에 따르면 갑상샘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00%에 이를 정도다. 의사연대 측은 “조기 검사를 통해 얻는 것보다는 각종 검사와 외과수술, 평생 호르몬약을 복용해야 하는 손해가 더 크다”고 주장한다.

반면 갑상샘암을 직접 수술하는 외과 의사들의 의견은 다르다. 갑상샘암이 착한 암이라는 점은 동의하나 암은 가만히 놔두면 결국 목숨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윤여규 국립중앙의료원장(외과의)은 “(손으로 확인이 어려운) 3∼5mm 크기에 불과한 미세 갑상샘암도 폐, 뼈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될 확률이 최대 20%에 이른다”며 “조기진단을 통해 암 전이를 예방하는 게 환자 안전에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갑상샘암#초음파 검사. 국립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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