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화속 그림… 작은 도서관… 학교 같은 유치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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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서 관내 6곳 환경 개선
칙칙한 이미지 부드럽고 밝게 변신…인권보호하고 자살-도주 예방효과

부산지역 경찰서 유치장이 최근 화사하고 밝은 분위기로 탈바꿈해 수감자들의 심리 안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동래경찰서 유치장엔 작은 도서관이 마련돼 수감자들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서부경찰서 유치장 벽엔 말타기를 하는 아이들의 그림이 그려져있다(아래 사진).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부산지역 경찰서 유치장이 최근 화사하고 밝은 분위기로 탈바꿈해 수감자들의 심리 안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동래경찰서 유치장엔 작은 도서관이 마련돼 수감자들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서부경찰서 유치장 벽엔 말타기를 하는 아이들의 그림이 그려져있다(아래 사진).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계속 갇힌 상태에서는 딴생각을 할 수 있는데, 그림을 보며 ‘편하게 있자. 그림의 아이들처럼 나가서 웃을 수도 있다’고 여유를 갖게 됐다.”(해운대경찰서 유치장·윤모 씨·26·절도 혐의)

“처음 들어오는 곳이라 낯설고 겁도 많이 났지만 그림이 그려져 있고, 밝은 느낌을 받아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연제경찰서 유치장·김모 씨·35·마약소지 혐의)

부산지역 경찰서 유치장(보호실)들이 환경·인권 친화적으로 대폭 탈바꿈했다. 답답하고 어둡던 유치장을 부드럽고 밝은 분위기로 만들어 유치인의 자살과 도주 등을 예방하려는 것이다.

부산경찰청은 “관내 동래, 부산진, 서부, 해운대, 사상, 연제서 등 6개 광역유치장의 벽면에 그림을 그려 유치인들이 심리적 안정을 갖도록 해 좋은 평을 받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벽화는 각 유치장의 구조와 특성에 맞춰 출입통로, 유치실, 면회실 등에 각기 다른 그림을 그려 넣었다. 연날리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말타기 놀이, 그네타기, 물고기 잡기, 굴렁쇠 놀이 등 동화가 주를 이뤘다. 마음의 안정을 찾고 평온함을 유도하기 위한 꽃그림과 하늘, 나무가 있는 풍경도 그렸다.

그림은 디자인을 전공했거나 미술에 소질이 있는 부산경찰청 소속 의경 5명을 비롯해 담소리 벽화봉사단, 담쟁이가 그린 세상봉사단, 1365 자원봉사센터, 양산여고 벽화동아리 학생들이 참여해 그렸다.

김민구 담소리 벽화봉사단 팀장은 “유치장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겪는 불안감을 없애고 평온한 마음을 갖는 데 주안점을 두고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부산시립도서관과 단체 도서대출 협약을 체결해 베스트셀러, 심리안정 도서를 비치한 ‘작은 도서관’도 만들었다.

부산경찰청 전문 자가돌봄(CARE) 요원이 유치인을 직접 찾아가 상담도 한다. 잠을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수면안대를 제공하고 명상음악도 들려준다. 진한 녹색(국방색)만 있는 담요도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컬러 폴리담요로 바꿨다. 신병처리 절차를 설명해주고 면회절차, 가족과의 연락방법 등을 담은 생활안내서도 나눠준다. 이금형 부산경찰청장은 “유치인의 심리적 안정과 인권보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유치장 환경을 바꿨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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