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넣고 건넨 신용카드 5초도 안돼 정보 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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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복제 일당 12명 적발

서울에 사는 회사원 박모 씨(35)는 지난해 11월 출장차 대전에 내려갔다가 유성구에 있는 한 주유소를 찾았다. 그는 자신의 YF쏘나타 액화석유가스(LPG)형 차량에 가스 6만 원어치를 넣은 뒤 결제를 하기 위해 직원 유모 씨(32)에게 신용카드를 건넸다. 유 씨는 박 씨의 카드를 받자마자 사무실로 달려가 미리 설치해 둔 카드 리더기에 박 씨의 신용카드를 긁은 뒤 카드 속에 저장돼 있던 정보를 빼냈다. 유 씨는 태연하게 박 씨의 카드로 가스 값을 계산한 뒤 영수증과 함께 차 안에 있던 박 씨에게 갖다 줬다. 자신의 카드 정보가 5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유출된 줄 몰랐던 박 씨 앞으로 노트북컴퓨터 구입 및 안마시술소 이용 비용으로 200만 원이 결제됐다고 카드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뒤 신용카드로 결제를 할 때 대개 고객은 차 안에 있고 직원은 사무실에 있는 단말기로 결제한 뒤 카드를 갖다 준다는 점을 악용해 신용카드를 무단 복제해 돈을 챙긴 일당 12명이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김모 씨(32) 등 7명을 구속하고 주유소 사장 김모 씨(35) 등 5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이 밝힌 이들의 위조 수법은 간단했다. 김 씨는 먼저 200달러(약 21만 원)짜리 신용카드 리더기를 중국에서 사왔다. 이 모델은 국내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신용카드를 긁으면 연결된 컴퓨터 화면에 카드번호, 유효기간, CVC원값(카드 뒷면에 있는 세 자리 숫자가 아닌 고객의 등급 등을 알 수 있는 고유 숫자 값) 등이 뜨고 자동으로 저장된다.

김 씨는 범행을 실행할 주유소를 물색한 뒤 주유소 사장 김 씨에게 범행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3억 원을 주기로 했다. 이어 고객의 정보를 빼낼 목적으로 유 씨를 해당 주유소에서 일하게 했다. 유 씨는 지난해 10, 11월 고객의 신용카드 정보 5000여 건을 빼냈다. 유 씨가 빼낸 정보를 이용해 김 씨는 위조 신용카드를 제작했다. 200장 한 묶음에 20만 원 정도 하는 흰색 공카드를 구입한 뒤 카드 정보를 집어넣고 국내 7개 카드사의 카드 겉면과 똑같이 만들었다. 진품과 가짜가 거의 똑같아 판매자들도 위조카드인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들은 위조 카드 116장을 만든 뒤 국내에서 귀금속, 노트북컴퓨터 등을 산 뒤 팔았고 45장은 중국 태국 등에 가져가 쓰기도 했다. 이들이 이렇게 사용한 금액은 총 6200만 원. 이들이 위조 대상으로 삼은 국내 카드사 7곳은 피해자들에게 전액 피해보상을 해주기로 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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