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패키지… 3+1 윈터스쿨… 학원가 벌써 ‘한국사’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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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부터 수능필수 지정후 과열 조짐

교육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한국사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3급 수준(중급 시험에서 70점 이상)보다 쉽게 출제하겠다고 예고했다. 올해 1월 실시된 제22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중급 시험의 일부 문항.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교육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한국사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3급 수준(중급 시험에서 70점 이상)보다 쉽게 출제하겠다고 예고했다. 올해 1월 실시된 제22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중급 시험의 일부 문항.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사교육 1번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가.

4일 오후 ‘논술학원’ 간판을 단 작은 학원 안으로 학생 30∼40명이 몰려들었다. 중학교 3학년인 이들은 2시간 동안 논술 수업을 받은 뒤 추가로 한국사 수업을 1시간가량 들었다. 이 학원 강사 안모 씨는 “한국사가 수능 필수로 지정되면서 발 빠르게 한국사 강사를 모셔왔다”며 “논술 2시간에 한국사 1시간을 더한 ‘2+1 패키지’에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이 매우 좋다”며 흡족해했다.

○ 한국사 포함한 수업에 학생 몰려

교육부가 3일 한국사 사교육 경감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고교 1학년생이 치르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한국사가 필수로 지정되면서 사교육 시장이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는 한국사를 현행 교원임용시험 기준인 한국사능력검정시험 3급보다도 쉽게 출제하겠다고 했다. 또 절대평가를 적용해 수험생의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기대와 달리 현장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일단 어렵든 쉽든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이상 수험생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사교육 시장 역시 과열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 일선 학교에선 한국사 대비에 한창이다. 서울 영락고의 정연 역사담당 교사는 “학교 수업만 착실하게 받아도 시험 잘 본다는 건 입시 때마다 나오는 말”이라며 “당장 시험 태세로 돌입해 한국사를 집중적으로 가르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 신목고는 기존 방과 후 학교에 개설했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강좌를 20여 명 규모에서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수능 필수로 한국사 시험을 보게 되는 예비 고교 1학년생들은 교육부 발표 이후에도 불안감이 여전했다. 올해 중학교를 졸업한 김도연 양은 “자칫 몇 문제 실수해 등급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경쟁자들보다 크게 뒤처지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러한 불안감을 타고 이번 윈터스쿨(재학생 겨울방학 특강반)에는 학생들이 몰렸다. 대형학원들은 예비 고교 1학년 윈터스쿨에 기존 국어 영어 수학 3과목 체제에 한국사를 더한 4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입시전문업체 하늘교육이 개설한 윈터스쿨엔 예년보다 수강 인원이 두 배 이상 늘었다.

○ 역사 전반적인 흐름 알면 1등급 가능

교육부는 EBS 한국사 강의를 대폭 늘려 학생들의 수업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이마저도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양정현 한국역사교육학회장(부산대 교수)은 “EBS 강의를 늘려도 EBS 교재 위주로 강의하는 사교육 시장이 형성될 것이기에 사교육 경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선 토론 중심, 서술식으로 한국사 수업을 진행하라고 하고선 EBS 교재 중심으로 입시를 치른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A고교 역사 교사는 “단순 문제 풀이식 EBS 강의 위주로 수능을 출제하겠다는 정부의 발상 자체가 주입식이 아닌 이야기 방식으로 한국사 수업을 하라는 의도와 상반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국사 선행학습 열풍도 정부 발표에 아랑곳하지 않고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강남 목동 등에선 이미 초등학생 때 한국사 기본틀을 잡고, 중학생 땐 완전히 마스터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입증하듯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한 초등학생 및 중학생이 대폭 늘었다. 시험을 주관하는 국사편찬위원회 관계자는 “지난달 기준 초등학생 응시 인원이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용 논술교재 중에선 한국사를 배경지식으로 하는 교재가 인기를 모으는 추세를 보인다. 한 학습지 업체 관계자는 “초등학생용 학습지 업체 가운데 벌써부터 한국사 출제 예시 문항을 만들고 연관 학습지 출간 계획을 가진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러한 과열된 분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심은석 교육부 교육정책실장은 “학교 교육만 정상적으로 받아도 1등급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새롭게 정책이 나올 때마다 사교육 시장은 어떻게든 요동친다”고 했다. 애초부터 최소한의 한국사는 바로 알자는 취지로 시작한 정책이기에 사교육 관계자들 말에 현혹돼 지나치게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실제 서울의 일부 대학에선 교육부 의도에 맞춰 한국사 반영 비중을 최소화하겠다는 움직임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몇 문제 차이로 한국사 등급이 갈려도 그 성적이 당락까지 흔들 만큼 절대적인 비중 자체는 높이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서울 서초고의 유은규 역사담당 교사는 “현재 분위기라면 고교 교육과정만 충실히 이수하고 모자라는 부분을 EBS 교재로 보충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핵심적인 역사 지식은 암기하되 역사의 전반적인 흐름만 안다면 1등급은 문제없을 것”이라며 “조만간 아주 쉽게 출제한 모의평가를 통해 ‘깜깜이 시험’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감만 해소하면 자연스럽게 과잉 열기도 식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전주영 기자
#한국사#필수#사교육#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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