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합천군 탄생 100주년 기념상징물 ‘합천 관문’ 추진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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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선정 절차에 문제” vs “성 축조-관문설치 병행”

경남 합천군이 30억 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군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의 타당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상징물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합천군은 ‘100주년 기념 대표 사업’으로 합천읍 합천리 893-5 충혼탑 입구 도로에 ‘합천 관문(關門)’을 설치하기로 하고 설계 공모를 마쳤다. 이 상징물은 4월 착공해 내년 3월 완공 예정이다. 19억 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은 2000m²에 1층 성문과 2층 누각, 성벽 50m 등 과거 성문 형태의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

합천군 관계자는 “역사와 충절의 고장을 널리 알리고 군민의 자존심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 탄생 100주년 사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소송까지 낸 조찬용 씨(59·합천 삼가장터 3·1만세운동 기념사업회장)는 28일 “사업 선정의 절차적 하자, 사업 중복에 따른 예산 낭비, 황당한 관문 위치 등 모든 면에서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천군이 지난해 4월 100주년 기념 대표 사업을 공모해 군민 이모 씨가 제안한 ‘대야성(大耶城) 실체화 사업’을 최우수 사업으로 선정한 뒤 “고증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관문 설치 사업’으로 바꿨다는 주장이다. 합천군은 지난해 8월 ‘합천 관문 설치 사업 설계 공모’를 했다.

조 씨는 또 “군은 지난해 4월 18억 원을 투입해 관문 설치 예정지에서 2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남정교 입구와 다리 난간에 합천을 상징하는 타워 등 조형물을 설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문 설치는 중복 사업으로 막대한 예산 낭비일 뿐 아니라 위치 역시 다른 시군과의 경계가 아닌 합천읍 중심부여서 ‘전시성’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소속인 하창환 현 군수는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고, 조 씨도 군수 선거에 나설 예정이다.

조 씨가 합천군수를 피고로 지난해 10월 창원지법에 제기한 ‘합천군 탄생 100년 기념사업 조례 무효 확인 청구 소송’은 최근 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이 조례가 항고 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 조 씨는 “합천군은 600년 전에 탄생한 고을인데도 일제가 합천군, 삼가군, 초계군을 강제로 통폐합한 날(1914년 3월 1일)을 기념하는 것은 일제 식민지 찬양,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하며 항소를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합천군 관계자는 “‘대야성 실체화 사업’은 관문 설치와 함께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설치한 조형물은 ‘합천군 상징 가로(街路) 조성 사업’의 하나로 추진돼 중복이 아니고 관문 위치도 적절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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