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남도와 일선 시군은 간부 공무원의 대규모 이동으로 어수선했다. 영전한 사람들은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지만 보직을 받지 못하거나 좌천성 인사 대상자들은 불편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자리를 옮긴 간부는 4급 이상 41명. 본청 실·국장 16명 가운데 11명이 교체됐고 시군 부단체장 18명 중 14명이 이동했다. 일부는 대기 또는 명예퇴직을 했다.
도청 공무원들은 △논공행상과 연공서열의 혼합 △고시 출신 약진 △기술직 우대 △부단체장의 원대 복귀 △‘가불(假拂)’에 따른 수요공급 불균형 등을 특징으로 꼽았다. 이번 인사는 내년 도지사 선거 결과와 시장, 군수 교체 폭에 따라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진주의료원 폐업 추진의 주무 부서장인 윤성혜 복지보건국장(44)은 도의회 사무처장으로 영전했다. 윤 국장과 호흡을 맞춘 박권범 식품의약과장(54)은 통영시 부시장 자리를 차지했다. 홍준표 도지사는 “고용정책단과 재정점검단 등 성과를 낸 부서의 책임자들은 중용하겠다”고 밝혀 후속 인사에서도 논공행상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국장 가운데 행정고시(지방고시 포함) 출신은 종전 4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 기조실장 교체까지 마무리하면 8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처장을 비롯해 조현명 도시교통국장(51), 양기정 농정국장(55)과 하승철 경제통상본부장(49), 신대호 복지보건국장(43), 윤인국 비서실장(39), 강덕출 해양수산국장(51) 등이 고시 출신이다. 실·국장 평균 연령은 52세로 떨어졌다.
퇴직을 앞둔 인사와 기술직들이 대거 부단체장으로 나간 것도 이례적이다. 신규 부단체장 14명 가운데 박 통영시 부시장 등 5명이 기술직이거나 기술직 출신이다. 또 강성복 산청군 부군수(58)와 김무영 하동군 부군수(58) 등은 내년 퇴직을 앞두고 ‘막차’를 탔다. 18개 부단체장 평균 연령은 56세로 올라갔다. 이들 가운데는 동료들로부터 낮은 평가를 받은 사람도 포함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도청의 한 직원은 “한쪽에선 논공행상을, 다른 한편으로는 연공서열을 중시해 헷갈린다”고 말했다.
부단체장을 지낸 정기방 고성군 부군수(57) 등 4급 8명은 ‘원대복귀’ 명령을 받았다. 도청 선임과장(4급)→부단체장(3, 4급)→도청 국장(3급)이라는 통상적인 관례가 깨지는 셈이다. 이들은 과장 보직을 받거나 도정연구관으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현 김경일 안전행정국장(58)은 합천군 부군수로 1년 근무하고 올해 1월 말 국장 발령을 받았다.
올해 7월 김석기 창원시 1부시장(49)에 이어 윤 사무처장의 발령, 김춘수 김해시 부시장(58)의 현직 유임 등으로 2급 행정직은 빈 곳이 없다. 이 때문에 국내외 연수를 마친 김영철 전 도의회사무처장(57)과 박재현 전 기획조정실장(55)은 당분간 도정연구관으로 근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정연구관은 보직을 받지 못한 2∼4급 간부 공무원들이 경남발전연구원의 한 사무실에 모여 근무하는 비정규 직제다. 한 사무관은 “공무원노조 홈페이지 등에 간부 인사에 대한 뒷얘기들이 떠돌지만 종합적인 평가는 내년 1월 초 4급 이하에 대한 승진 및 전보가 끝나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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