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케이블TV도 HD방송 시청’ 정부 방침에 지상파들 “재전송료 더 내라” 어깃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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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 추가수입 年900억 예상… 가입자 요금부담 가중 불보듯

정부가 8VSB 방식을 현행 지상파 방송에서 종합편성채널 등 일반 유료방송 채널로 확대하기로 하자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에 반발하며 재전송료를 늘릴 것으로 알려져 자사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8VSB는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들도 무료로 고화질(HD) 방송을 볼 수 있는 방식. 현행 8VSB 방식은 지상파 방송에만 차별적으로 허용돼 있어 600만 가구가 넘는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들은 디지털 TV가 있어도 일반 유료방송 채널을 흐릿한 화질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8VSB를 이달 중 확대하기로 하고 ‘방송산업발전종합계획’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도 지난달 말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8VSB 확대와 관련해 “앞서가는 기술로 국민에게 편익을 줄 수 있다면 도입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8VSB 확대 방침이 알려진 지난달 중순 이후 미래창조과학부에 “8VSB가 확대되면 케이블TV로부터 받는 재전송료를 다시 협상해야 한다”며 “8VSB 적용 케이블TV 상품도 디지털 상품으로 간주하고 재전송료를 받겠다”는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8VSB가 확대될 경우 아날로그 케이블TV 방송상품 가입자로부터도 재전송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현재 지상파 사업자들은 콘텐츠를 공급하는 조건으로 케이블TV방송사(SO)로부터 디지털 케이블TV 상품 가입가구당 매월 280원(3사 합하면 매월 840원, 매년 1만80원)의 재전송료를 받고 있다. 지상파 3사가 케이블TV 사업자로부터 받는 재전송료는 모두 합해 연간 600억 원에 이른다. 8VSB 확대에 반발해 지상파 3사가 아날로그 케이블TV 상품 가입가구까지도 재전송료를 받는다면 매년 900억 원 가까이 늘어난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요금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케이블TV 사업자의 경우 8VSB 확대에도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재전송료를 더 내야 한다면 이를 도입하려는 사업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며 “8VSB는 시청자 편익 관점에서 규제를 푸는 것인데 지상파가 과욕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복수케이블TV방송사업자(MSO)는 지상파가 재전송료를 요구하면 8VSB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수도권의 한 MSO 관계자는 “요금을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지상파가 재전송료 인상을 요구한다면 8VSB 확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정훈 채널A 기자 existen@donga.com
#8VSB#지상파 방송#재전송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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