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찌라시’ 철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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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수 A양 임신 의혹… 황수경 아나운서 파경설… 女탤런트 룸살롱 출입 소문…

‘인기 솔로 여가수 A 양 10월 결혼 예정. 상대 남성은 최근 화제가 되었던 남성 그룹 멤버 H 군.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주변에서는 임신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는데요.’

증권회사 직원인 홍모 씨(31)는 8월 자신의 블로그에 ‘증권가 사설정보지(속칭 찌라시)’ 내용이라며 이런 글을 올렸다. 사실 여부는 홍 씨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사설정보지에서 재미있는 내용을 블로그에 올려 돈을 벌었다. 누리꾼들이 이를 클릭할 때마다 광고가 뜨게 하고 광고업체에서 클릭 수만큼 수수료를 받았다. 홍 씨가 1월부터 9월까지 이런 내용을 올린 횟수는 총 582회. 그는 이 ‘부업’으로 약 500만 원을 벌어들였다. 그 사이 내용의 당사자는 온갖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조재연)는 유명인에 대한 증권가 사설정보지 내용이나 거짓 정보를 블로그나 카카오톡 등으로 유포한 혐의(명예훼손)로 홍 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나도 어디선가 듣고 그랬다”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 “재미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 10월 5일자 13면 [토요이슈]찌라시,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 걸까

검찰에 따르면 ‘찌라시 부업’을 한 사람은 홍 씨만이 아니었다. 회사원 오모 씨(34)는 4월 자신의 블로그에 “아역 출신 여성 탤런트 B 양의 추락이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룸살롱에 접대 여성으로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사설정보지를 4개월간 17회 올리고 광고 수수료를 벌었다. “○○○ 차량 변사체녀 이름 ***. 1년 전 유흥업소에서 만나 동거 시작하면서 텐 프로 관둠” 등의 내용이 담긴 정보지를 23회 올린 회사원 권모 씨(36)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에게 이 같은 정보를 제공한 사람들도 재판에 넘겨졌다. 펀드매니저 강모 씨(33)는 홍 씨 등에게 9개월간 카카오톡으로 유명인에 관련된 허위정보 23건을 보내줬다. 여기에는 황수경 KBS 아나운서의 파경설 루머도 포함돼 있었다. 강 씨는 “누구한테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상태다. 검찰은 최초 유포자가 드러나면 역시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 부모의 별거설 루머를 만든 건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는 박모 씨(37·여)로 밝혀졌다. 그는 9월 “김연아 아버지와 어머니가 별거 중인 건 사실이라고 함. 어머니가 김연아 뺨을 때려가며 완벽주의자로 키웠다”는 허위내용을 25명에게 e메일로 보냈다.

검찰은 영리적인 목적으로 블로그에 증권가 사설정보지를 올리거나 이 내용을 최초로 유포한 사람들을 계속 수사해 처벌할 방침이다.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지 않는 이상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다.

사이버상 명예훼손사범을 단속하던 검찰은 과거와 달리 증권가 사설정보지가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급속히 퍼지는 점에 주목하고 우선 블로그에 이런 내용을 게재한 사람들을 위주로 집중 수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신은 돈을 벌거나 재미로 그랬겠지만 피해자는 큰 상처를 입는다. 사이버상 명예훼손은 국격의 문제이기도 한 만큼 엄격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찌라시#증권사#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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