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까다로운 도롱뇽도 산다… 도심곁 청정 백사실 계곡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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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보건환경硏 생태조사 결과… 북방산개구리-옆새우 등도 처음 발견
2009년 보전지역 지정후 생태계 회복… 최근 방문객들 몰려 오염 우려도

서울 종로구 부암동 북악산 백사실 계곡은 1급수 지표종들이 서식하는 도심 속 청정 지역이다. 올해 3∼9월 서울시 실태 조사에서 보호종인 도롱뇽(위)과 북방산개구리(가운데)가 발견됐다. 아래는 23일 오후 백사실 계곡의 아름다운 풍경. 서울시 제공·곽도영 기자 freiheit@donga.com
서울 종로구 부암동 북악산 백사실 계곡은 1급수 지표종들이 서식하는 도심 속 청정 지역이다. 올해 3∼9월 서울시 실태 조사에서 보호종인 도롱뇽(위)과 북방산개구리(가운데)가 발견됐다. 아래는 23일 오후 백사실 계곡의 아름다운 풍경. 서울시 제공·곽도영 기자 freiheit@donga.com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7022번 버스를 타고 자하문 터널을 지나 부암동에서 내리자 울창한 숲길이 나왔다. 어른 2명이 넉넉히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따라 10분가량 걸으니 실개천이 보였다. 도심에서 버스로 15분 거리라는 사실을 잠시 잊을 만큼 자연 경관과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었다. 1급수 지표종인 도롱뇽이 무리지어 사는 백사실 계곡이다.

○ 도심 속 청정 계곡

23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3∼9월 백사실 계곡의 생태를 조사한 결과 청정 습지에서만 사는 도롱뇽 무당개구리 등 보호종과 우리나라 특산종인 꺽지가 사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지난해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북방산개구리와 아무르장지뱀도 발견됐다. 계곡 자생 생물 종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계곡 바닥에 사는 저서동물 중 청정지역 지표종인 옆새우와 가재도 발견됐다. 저서동물을 먹고 사는 양서류의 알 덩어리도 곳곳에서 나와 먹이사슬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취재팀이 찾은 백사실 계곡에서는 등산객과 대학생들이 북악산에서 발원해 홍제천으로 흘러가는 물줄기 1.3km 주변을 따라 산책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산새가 투명한 계곡물로 뛰어들어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보며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장딴지 깊이의 물속에서는 1급수 어종인 버들치가 바위 사이를 헤엄쳐 다니는 모습도 포착됐다. 친구들과 함께 계곡을 찾았다는 주부 윤금순 씨(50)는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계곡 곳곳에는 자연보호를 알리는 팻말이 설치돼 있었고, 주변 숲도 쓰레기 없이 깨끗했다. 산사태를 막기 위해 비닐에 흙을 담아 쌓아둔 것 외에는 인공물도 거의 없었다. 2005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36호로 지정됐을 무렵 관광객이 몰려 환경이 다소 악화됐지만 서울시가 2009년 이 일대를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해 자연 경관 훼손이나 야영 및 개발을 금지한 뒤 생태가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객이 몰리는 9∼10월에는 ‘백사실 계곡 생태지킴이’로 임명된 부암동 주민 10명이 정화 활동을 벌인다.

○ 관광객 늘면서 오염 경계

최근 부암동에 커피숍과 펜션 등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들어서며 백사실 계곡을 함께 찾는 시민도 늘자 생태계 파괴나 환경오염 우려도 높아졌다. 특히 계곡 가까이에도 펜션과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물론 각종 시설에서 배출하는 하수는 백사실 계곡과 분리돼 처리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오염 위험은 없지만 계곡을 찾은 시민들이 가재나 도롱뇽을 찾기 위해 돌을 들추거나 계곡 주변에서 술판을 벌이면 보호종의 생태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백사실 계곡 생태지킴이 윤수애 씨(62·여)는 “주말에는 청정 계곡을 유원지로 착각하고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관광객들에게 주의를 주느라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계곡 상류 능금마을 지역의 주민들이 텃밭을 일구며 내다버리는 비료 등 오염 물질도 자칫 도롱뇽 서식지의 환경을 해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서울시 조사 결과 백사실 계곡 1.3km 구간의 수질은 1등급이었지만 능금마을 주변은 2등급이었다. 수질은 1∼7등급으로 나뉜다.

곽도영·조건희 기자 now@donga.com
#청정계곡#도룡뇽#백사실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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