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지 20년 지나면 아파트를 재건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 서울 지하철 5호선 충정로역 인근에 가보면 무려 80여 년 동안 사람이 살고 있는 5층짜리 녹색 아파트가 있다. 1930년대 지어져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충정아파트. 처음에는 건물 소유자의 이름을 따 도요타(豊田)아파트로 불리다가 광복 뒤에는 미군 숙소와 호텔 등으로 쓰였고 1975년부터 다시 아파트로 돌아왔다.
서울 종로구 공평동의 이문설농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1904년부터 4대째 100년이 넘도록 맛을 이어가고 있다. 춘원 이광수, 마라톤 영웅 손기정, 남로당 당수 박헌영, ‘장군의 아들’ 김두한 등이 단골이었다고 한다.
대단한 유산은 아닐지라도 시간과 함께 이야기가 쌓이고 그 자체로 역사가 된다. 서울시는 문화재는 아니지만 무관심 속에 사라져가는 근·현대 문물을 보전하기 위해 ‘미래유산 보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방침이라고 13일 밝혔다.
삼일로 창고극장. 서울시 제공미래유산의 후보 목록에는 국내 최초 화력발전소인 당인리발전소, 함석헌 선생 가옥, 박경리 선생 가옥, 일제강점기 3·1운동을 세계에 알린 미국 언론인 앨버트 테일러가 살던 딜쿠샤, 종로구 누하동 골목에 1950년 문을 연 헌책방 ‘대오서점’, 1970년대 연극인들의 소극장 운동 중심이 됐던 삼일로 창고극장 등이 포함돼 있다. 시는 근·현대 문물 중 후손에 남길 만한 가치를 지닌 것을 미래유산으로 정의하고 5년마다 보전계획을 수립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훼손·멸실 우려가 있는 미래유산을 시가 사들일 수 있다고 규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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