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공사 대치상황, 외부인 지원온 뒤 과격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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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현장투입 경찰관 SNS글 화제
몸 아픈 할머니 병원에 모시려해도 외부인사가 은근히 만류… 한참 실랑이
돕겠다는 생각에 먼곳에 온건 좋지만 우리도 주민 염려한다는걸 알았으면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에 파견된 경찰관들이 연로한 주민들을 부축해 산에 오르거나 내려가고 있다. 사진을 촬영한 김대원 경감은 “주민들과 경찰은 친숙하게 지내는데 외부인사들이 경찰에게 욕을 하는 등 폭력양상을 띠고 있다”고 밝혔다. 김대원 경감 페이스북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에 파견된 경찰관들이 연로한 주민들을 부축해 산에 오르거나 내려가고 있다. 사진을 촬영한 김대원 경감은 “주민들과 경찰은 친숙하게 지내는데 외부인사들이 경찰에게 욕을 하는 등 폭력양상을 띠고 있다”고 밝혔다. 김대원 경감 페이스북
“오늘(6일) 새벽은 할머니 몇 분이 아프신 거 같아 구급차를 불렀다. 혈압이 200까지 치솟은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시고 가려 했지만 외부 인사가 은근히 못 가게 만류하는 걸 보면서 ‘정말 이건 아니지’ 싶었다. 한참을 실랑이한 끝에 가까스로 병원으로 간 팔순 할머니가 괜찮으신지 모르겠다.”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닷새째인 6일 현장에 배치된 한 경찰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글을 올린 경찰관은 울산지방경찰청 3기동대 김대원 중대장(42·경감). 김 경감은 공사 현장 투입 이틀째인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30시간 만에 산에서 내려왔다. 오랜 시간 추위에 떨어도 대치하고 있는 어르신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견딜 수 있었다”며 “그분들의 입장이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고 젊은 남자가 한겨울 옷을 껴입고 내의를 입어도 추위를 느끼는 날씨에 그분들이 얼마나 추울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썼다.

김 경감은 “외부에서 지원을 오면서 대치 현장이 과격해진다”면서 “다짜고짜 대원들에게 욕을 하고 분위기가 삭막해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10명도 안 되는 주민의 동의를 얻어(1시간 설득 후) 주민들 전후로 떨어져 있는 80여 명 대원들의 도시락을 전달해 줄 만큼 주민들을 존중해주고 있다. 그냥 그분들이 앉아 있는 사이사이로 지나갈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지원 온 외부 인사가 밥을 전달하지 못하도록 강요하고, 주민들은 흔들리고, 그러나 그분들은 오히려 (대원들의 밥을 전달하도록) 외부 인사들을 설득한다”고 밝혔다.

김 경감은 또 “외부 지원 인사. 돕겠다는 생각에 먼 곳까지 온 것은 좋지만 무턱대고 대원들에게 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들이 몇 시간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어지는 순간, 우리 경찰은 다시 주민들과 그럭저럭 서로를 존중해주며 대치하고 있다는 사실. 적어도 당신들보다는 더 그분들의 안녕을 염려하고 있다는 사실 잊지 마시라”고 말했다. 이어 “국책사업과 생존권, 실질적 보상을 바라는 주민들 사이에서 국민의 경찰로서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고민해 본다”며 글을 맺었다. 1999년 5월 순경에 임용된 김 경감은 지난해 부산지방경찰청에서 경감으로 승진한 뒤 올 2월 울산청으로 발령받았다.

누리꾼들은 김 경감의 글에 “주민과 경찰 모두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6일 오후 현재 550건이나 리트윗하는 등 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밀양=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송전탑공사#밀양#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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