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양 현장투입 경찰관 SNS글 화제
몸 아픈 할머니 병원에 모시려해도 외부인사가 은근히 만류… 한참 실랑이
돕겠다는 생각에 먼곳에 온건 좋지만 우리도 주민 염려한다는걸 알았으면
“오늘(6일) 새벽은 할머니 몇 분이 아프신 거 같아 구급차를 불렀다. 혈압이 200까지 치솟은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시고 가려 했지만 외부 인사가 은근히 못 가게 만류하는 걸 보면서 ‘정말 이건 아니지’ 싶었다. 한참을 실랑이한 끝에 가까스로 병원으로 간 팔순 할머니가 괜찮으신지 모르겠다.”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닷새째인 6일 현장에 배치된 한 경찰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글을 올린 경찰관은 울산지방경찰청 3기동대 김대원 중대장(42·경감). 김 경감은 공사 현장 투입 이틀째인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30시간 만에 산에서 내려왔다. 오랜 시간 추위에 떨어도 대치하고 있는 어르신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견딜 수 있었다”며 “그분들의 입장이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고 젊은 남자가 한겨울 옷을 껴입고 내의를 입어도 추위를 느끼는 날씨에 그분들이 얼마나 추울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썼다.
김 경감은 “외부에서 지원을 오면서 대치 현장이 과격해진다”면서 “다짜고짜 대원들에게 욕을 하고 분위기가 삭막해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10명도 안 되는 주민의 동의를 얻어(1시간 설득 후) 주민들 전후로 떨어져 있는 80여 명 대원들의 도시락을 전달해 줄 만큼 주민들을 존중해주고 있다. 그냥 그분들이 앉아 있는 사이사이로 지나갈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지원 온 외부 인사가 밥을 전달하지 못하도록 강요하고, 주민들은 흔들리고, 그러나 그분들은 오히려 (대원들의 밥을 전달하도록) 외부 인사들을 설득한다”고 밝혔다.
김 경감은 또 “외부 지원 인사. 돕겠다는 생각에 먼 곳까지 온 것은 좋지만 무턱대고 대원들에게 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들이 몇 시간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어지는 순간, 우리 경찰은 다시 주민들과 그럭저럭 서로를 존중해주며 대치하고 있다는 사실. 적어도 당신들보다는 더 그분들의 안녕을 염려하고 있다는 사실 잊지 마시라”고 말했다. 이어 “국책사업과 생존권, 실질적 보상을 바라는 주민들 사이에서 국민의 경찰로서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고민해 본다”며 글을 맺었다. 1999년 5월 순경에 임용된 김 경감은 지난해 부산지방경찰청에서 경감으로 승진한 뒤 올 2월 울산청으로 발령받았다.
누리꾼들은 김 경감의 글에 “주민과 경찰 모두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6일 오후 현재 550건이나 리트윗하는 등 큰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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