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서해안 주민들 “휴가철의 악몽”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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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또 사고 터져” 한숨
숙박업소 예약 취소 잇달아… 관광지 식당-특산물 매장도 타격

“잊을만하면 또 사고 터져” 한숨
숙박업소 예약 취소 잇달아
관광지 식당-특산물 매장도 타격“식인상어, 기름유출, 해일, 익사…. 휴가철만 되면 사고가 터지니 서해안 주민은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

충남 태안군 안면읍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박기서 씨(52·가명)는 요즘 전화 받기가 겁난다. 피서철을 맞아 객실 7개 예약이 모두 끝났다. 하지만 18일 안면읍 백사장항에서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던 고교생 5명이 참변을 당한 뒤 예약 취소전화가 6통이나 걸려 왔다. 그는 “사고가 난 지점과는 6km나 떨어져 있는데도 ‘안면도는 위험한 곳’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얼마나 취소 전화가 걸려 올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 “취소 전화 얼마나 걸려올지 걱정”

안면도 일대에서 해병대식 캠프를 운영하는 곳은 모두 3곳. 대부분 학생과 기업의 단체 행사였지만 사고 직후 다른 캠프까지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적법한 시설에 정예요원을 배치하고, 사고 이후 캠프 내용도 해상에서 육지로 바꾸었는데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22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해병대식 캠프를 전면 금지하라고 조치했다. 이에 따라 여름철이면 북새통을 이뤘던 안면도 유사 캠프는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할 상태다. 단체 캠프뿐만 아니라 대학 동아리나 가족 단위 피서객들도 취소 행렬에 가세하고 있다.

숙박업소뿐만 아니라 식당과 위락시설, 심지어 도로변 특산물 매장에까지 타격이 크다. 안면읍 창기 삼거리 도로변에서 태안 특산물인 육쪽마늘을 판매하는 김모 씨(56·여)는 “해병대 캠프 사고 이후 주말인데도 도로변 차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매출도 지난 주말보다 떨어졌다”고 말했다.

○ 주변 자치단체, 덩달아 비상

해병대식 캠프 참사의 후폭풍은 태안군뿐만 아니라 인근 서산, 홍성, 보령, 서천 등 충남 서해안 지역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자치단체마다 비상이 걸렸다.

서천군은 특히 민감하다. 2011년 8월 대학생 4명이 수중 기마전을 하다 숨진 서천군 비인면 중포리 앞 해변이 이번 고교생들이 변을 당한 지점과 비슷한 ‘갯골’ 지형이기 때문. 주민 장모 씨(47)는 “이번 고교생 사고 때문에 2년 전 비인 사고를 연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자칫 서천을 기피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한 주민은 “매년 휴가철만 되면 식인상어니, 비브리오니 해서 관광객들이 모두 동해안으로 몰려갔다”며 “태안 기름유출사고의 악몽을 딛고 5년 만에 장사 좀 하려 했더니 이번에는 고교생 참사가 발생해 걱정”이라며 혀를 찼다.

태안군청 신형철 관광계장은 “비록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지만 태안은 아름다운 경관과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는 곳인 만큼 관련 기관과 협조해 관광객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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