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최정윤 대한슈가크래프트협회 부회장·홍서윤 KBS앵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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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이 만난 최정윤 설탕공예가
설탕공예? ‘변치 않는 아름다움’이 매력이죠!

설탕공예가 최정윤 씨(가운데)가 광주인성고 3학년 정주환 군(왼쪽)과 경기 동우여고 3학년 양채영 양에게 ‘설탕공예가의 세계’를 들려주었다.
설탕공예가 최정윤 씨(가운데)가 광주인성고 3학년 정주환 군(왼쪽)과 경기 동우여고 3학년 양채영 양에게 ‘설탕공예가의 세계’를 들려주었다.
누군가를 축하할 때 빠지지 않는 케이크. 케이크의 ‘디자인’을 결정하는 장식은 받는 사람의 취향이나 행사의 목적에 어울리는 케이크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케이크 위를 아름답게 수놓는 설탕공예품을 만드는 설탕공예가(Sugarcrafter) 최정윤 씨를 광주인성고 3학년 정주환 군과 경기 동우여고 3학년 양채영 양이 ‘신나는 공부’의 도움을 받아 최근 만났다.

대학 졸업 후 파티 플래너를 꿈꾸며 오른 영국 유학길. 최 씨는 길을 걷다 우연히 런던 중앙부 첼시지역의 한 상점에서 꽃 모양의 설탕공예품을 보고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하던 공부를 멈추고 33세 나이에 영국 브룩클랜즈 칼리지에 입학해 2년간 ‘슈가크래프트’ 학과 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영국슈가크래프트협회가 주최하는 설탕공예 대회에서 최우수상인 ‘골드&트로피’를 수상하는 등 설탕공예의 종주국인 영국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대한슈가크래프트협회 부회장 및 지도자로 활동 중인 그에게 ‘설탕공예의 세계’를 들었다.
설탕공예가는 화가이자 조각가!

“설탕공예가는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정 군)

설탕공예는 설탕가루에 달걀 흰자, 젤라틴, 식용색소 등을 섞어 만든 설탕반죽으로 장식품을 만드는 것. 케이크뿐 아니라 결혼식이나 파티와 같은 행사장 곳곳에 배치하는 장식품, 선물포장용 데커레이션, 부케 등을 만드는 데도 활용된다.

“설탕 반죽은 잘 녹거나 부서지지 않아서 반죽을 이용해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인테리어에 활용할 장식품을 만들 수도 있어요. 말 그대로 예술의 한 종류인 ‘공예’를 하는 것이므로 제과제빵과는 또 다른 분야지요.”(최 씨)

설탕공예의 분야는 △꽃 장식을 전문으로 하는 ‘슈가 플로리스트’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케이크를 꾸미는 ‘노벨티 케이크 디자이너’ △규모가 크고 화려한 웨딩 케이크 장식을 전문으로 하는 ‘웨딩 케이크 디자이너’ △드레스, 사람 모형 등 전시가 가능한 소품을 만드는 ‘모델링 전문가’ 등 크게 네 부류.

설탕공예가가 되면 웨딩 컨설팅 회사, 행사대행사, 방송사 등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필요한 공예품을 만들어 팔거나 설탕공예를 가르치는 아카데미, 문화교육기관, 개인 공방 등에서 지도자로 활동할 수 있다.
자격증보단 미적 감각과 끈기가 중요

설탕공예가가 되려면 어떤 학업 과정을 거쳐야 할까. 양 양이 “설탕공예가가 되려면 특별한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최 씨는 “대한슈가크래프트협회와 같은 사단법인에서 진행하는 시험을 치고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이 있다”면서 “그러나 국가차원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대학의 제과제빵 교육과정 중 하나로 포함될 뿐 ‘설탕공예’만을 가르치는 별도의 전공 과정이 미비한 것이 현실.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전문교육기관에 마련된 설탕공예 또는 설탕공예 수업이 포함된 제과제빵 과정을 이수해 수료증을 받거나 국내외 설탕공예 대회에 참가해 수상을 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최 씨는 설탕공예가에게 필요한 자질로 예술적인 감각과 창의력, 인내심을 꼽았다.

“설탕공예가에게는 무엇보다 미적 감각과 끈기가 필요해요. 장식물을 주로 만드는 예술가로서 누가 보아도 아름답다고 느낄 만한 작품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미술과 관련한 전공을 하는 것도 좋지요. 또 반나절에서 한 달까지 한 작품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진득하게 앉아서 작품에 집중하는 인내심과 끈기를 키우는 연습도 필요하답니다.”(최 씨)

글·사진 유수진 기자 ysj9317@donga.com

■초등생이 만난 홍서윤 앵커
“‘불편함’도 노력으로 뛰어넘었죠”

KBS 뉴스프로그램 ‘뉴스 12’ 중 생활뉴스 코너를 정확한 발음으로 진행하는 홍서윤 앵커(26·여). TV 화면 속 그의 모습은 여느 앵커와 다를 바 없다. 그는 지체장애(근육, 신경 등의 이상으로 신체의 이동과 움직임이 불편한 장애) 1급 장애인으로 하체를 전혀 쓰지 못한다. 그는 지난 4월 104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장애인 앵커로 뽑혔다.

그는 어떻게 장애를 극복하고 앵커가 될 수 있었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최근 경기 낙민초 5학년 이준엽 군과 서울 서빙고초 5학년 장서원 양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KBS 신관에서 홍 씨를 만났다.
앵커를 단 한 번도 꿈꾼 적이 없다?

“언제부터 앵커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셨나요?”

이 군의 질문에 홍 씨는 “앵커를 꿈꾼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다소 의외의 대답을 했다. 그동안 장애인이 방송 쪽으로 진출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꿈꾼 적조차 없다는 말이었다.

언론은 낯선 분야였지만 홍 씨는 3월 KBS 장애인 앵커 모집 공고를 보고 ‘도전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대학원(서울대 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 수업이 끝나면 3∼5시간씩 뉴스를 모니터링하면서 여성 앵커들의 발음을 따라했다. 고향이 경남 창원인 그는 종종 강한 발음이 나오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반복해 들으면서 발음 교정을 했다. 결국 홍 씨는 우연히 찾아온 꿈같은 기회를 치열한 노력 끝에 거머쥐었다.

“초등생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요?”(장 양)

홍 씨는 초등 2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당시 인기그룹의 춤을 따라 추면서 학예회 무대를 준비했을 정도로 적극적이고 활발한 어린이였다. 초등 3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수영을 하다가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나 바닥에 주저앉았다. 병원에서 홍 씨는 ‘바이러스성 척수염’(뇌와 말초신경의 중간 역할을 하는 척수에 있는 신경세포가 손상을 입은 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이후 다시 일어설 수 없었다.
장애는 비정상이 아니라 불편함일 뿐

“장애는 비정상이 아니다. 단지 불편함일 뿐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상담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이 말은 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마다 되새기는 말이다.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돼 스트레스를 받던 홍 씨는 이 말을 듣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시력이 나쁘면 안경을 써야 하는 것처럼 장애도 단지 불편함이라고 생각하면 극복하고 도전할 힘이 생긴다고.

물론 장애로 인해 다른 사람들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곳에서 불편함을 겪는 경우도 많다. 몇 년 전 일이다. 휠체어 경사로를 통해 지하철에서 기차역으로 이동하는데 경사로 끝 계단 네 개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휠체어를 탄 사람에게 계단은 ‘에베레스트 산’ 같은 존재예요. 공익요원을 불러 도움을 받은 덕분에 기차 출발 시간에는 늦지 않았지만,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시설물을 보고 무척 속상했죠.”(홍 씨)

홍 씨는 자신의 ‘불편함’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능한 한 모든 일을 직접 해결하려고 한다. 운동량이 부족한 그는 다이어트를 위해 아침식사는 직접 저염식 메뉴를 만들어 먹는다. 출근도 직접 차를 운전해서 한다.

강남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장애 노인의 재정 운용 및 연금 활용’을 연구하는 홍 씨.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꿈꾼다.

“세계적인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장애인이 많아요. 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 교수, 한쪽 손과 두 다리가 없는 김세진 수영선수, 청각장애를 가진 슈퍼모델 김희영 씨가 그렇지요. 저도 그분들의 뒤를 이어 장애가 있더라도 멋지게 살아가는 ‘희망의 상징’이 되고 싶어요.”(홍 씨)

글·사진 김은정 기자 e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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