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벌금 30만원 구형 여성 법정구속…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법원 “돈 빌린뒤 갚을 노력도 안해”
징역 6개월 선고하자 “갚겠다” 후회

20일 광주지법 402호 법정. 2000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모 씨(45·여)는 선고를 앞두고 “나도 사기 피해를 당해 어렵다. 돈을 빌려준 A 씨와 합의하려 했지만 A 씨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2008년 같은 아파트 주민 A 씨(46·여)와 친구가 됐다. 김 씨는 2010년 A 씨에게 700만 원을 빌린 뒤 갚았다. 이어 2011년 1월 25일부터 3월 사이에 네 차례에 걸쳐 2250만 원을 빌렸다. 김 씨는 250만 원만 갚은 뒤 A 씨와 연락을 하지 않고 피하기 시작했다. 김 씨가 반년간 연락이 두절되자 A 씨는 2011년 말 광주 광산경찰서에 김 씨를 고소했다. 사건을 담당한 김모 경위(50)는 “A 씨가 사기 피해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여섯 차례에 걸쳐 출석요구서도 보내고 직접 김 씨 집에 찾아가 김 씨 남편에게 출석 통보를 전했으나 김 씨가 끝내 불응해 기소 중지됐다. 김 씨는 나중에 검찰 조사에서 “남편이 한번도 출석 요청이 왔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2012년 초 경찰에 검거됐고 광주지검은 2012년 8월 김 씨를 약식기소하며 벌금 30만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벌금 30만 원이라는 가벼운 구형을 한 이유에 대해 “김 씨가 과거에 빌린 돈을 갚은 적이 있고 전과도 없다”며 “김 씨가 돈을 빌릴 때 변제 능력과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김 씨는 법정에도 출석하지 않았고 A 씨를 만나지도 않았다. 그 대신 개인회생·파산을 신청했다.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진 뒤 올해 5월에 한 차례 법정에 출석했으나 이날처럼 변명만 늘어놓았다.

김 씨의 변명을 듣고 난 재판장 정찬수 판사는 김 씨의 예상과 달리 징역 6개월과 함께 법정 구속을 선고했다. 정 판사는 “갚을 능력도 의사도 없이 돈을 빌린 뒤 갚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고 엄벌 이유를 밝혔다. 그제야 김 씨는 “빌린 돈을 갚겠다. 잘못했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법정 경위가 그를 끌고 나갔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벌금30만원#구속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