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투명댐 세워 보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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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울산시 MOU 체결, 일부 “암각화 주변환경 훼손 우려”

국보 285호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을 놓고 10년 넘게 갈등을 빚어온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투명 차단막인 ‘카이네틱(Kinetic)댐’을 암각화 전면에 설치해 물과의 접촉을 막기로 합의했다.

문화재청과 울산시, 문화체육관광부, 국무조정실 등 관련 기관은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카이네틱댐 설치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7 대 3으로 비용을 분담하기로 했다. MOU에는 변영섭 문화재청장, 박맹우 울산시장,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이 서명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의 가닥이 잡힌 것은 2003년 울산시가 서울대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지 10년 만이다.

카이네틱댐은 내구성이 강화유리의 150배 이상인 폴리카보네이트라는 고강도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수위 변화에 따라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고 이동과 해체가 용이하다. 국내에서는 처음 추진되지만 외국에서는 문화재 보호 용도로 설치된 경우가 있다고 한다. 지반 조사, 구조안전성 평가, 사전 테스트 등 3개월간 기술적인 검토를 거쳐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설치 작업에 들어간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이름은 댐이지만 토목 공사가 필요하지 않고 경관이나 지형의 변화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암각화 수몰을 막을 수 있고 햇빛을 투과시켜 이끼 발생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카이네틱댐을 설치·운영하는 과정에서 암각화 주변 환경이 파괴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플라스틱판을 고정하는 철심 등이 지형을 훼손할 것이란 지적이 있다. 또 반구대 암각화 보존 운동을 했던 인사들이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문화재 주변 구조물 설치는 문화재위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기술 검토 결과 문제가 없다고 해도 문화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설치 계획이 무산된다. 하지만 문화재청 관계자는 “청장이 동의한 만큼 문화재위가 반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10년 동안 끌어온 갈등을 해결할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문한 대로 부처 간 협업을 강조하고 이해당사자들이 충분한 대화를 나누며 현장에서 답을 찾은 결과”라며 “대통령도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갈등 관리에 참고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울산 울주군 대곡리에 자리 잡은 암각화는 바다·육지동물, 포경 장면 등 그림 240여 점을 담은 세계적인 문화재다. 신석기시대에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돼 ‘우리 문화재의 맏형’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1965년 암각화 인근에 사연댐이 설치된 후 수위가 높아지면서 침수와 노출이 수십 년간 반복되면서 암각화가 그려진 암면의 23.8%가 손상되는 등 훼손이 심각한 상태다.

문화재청은 그동안 반구대 암각화의 침수 원인인 인근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울산시는 이 방안이 주민 식수난을 유발한다며 생태제방 설치를 주장하는 등 서로 대립해왔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반구대#문화재청#울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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