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광주점-대인시장 결연
고객 응대 등 교육… 주차장도 제공
협력 마케팅 성과에 활력 넘쳐
“고객을 대하는 음성은 음계로 비유하면 ‘미’ 정도가 좋습니다. 아저씨, 아줌마, 총각 같은 호칭은 절대 안 됩니다.”
3일 오전 광주 동구 대인동 대인시장 교육장. 50, 60대 시장 상인 30여 명이 롯데백화점 서비스 매니저 정은진 씨(38·여)에게 고객 응대 요령과 상품 진열 방법, 판매 노하우 등 서비스 기법을 배우고 있다. 정 씨가 상인들에게 “단골손님께는 어떻게 인사하세요?”라고 묻자 한 상인이 “또 왔소”라고 한다고 하자 교육장에 폭소가 터졌다. 정 씨가 “경어를 쓰고 ‘오늘 입은 블라우스가 참 어울리네요’라고 칭찬을 곁들이면 손님이 좋아하겠죠”라고 하자 상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인시장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나경자 씨(60·여)는 “백화점의 전문 서비스 교육을 받으면서 영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시장-백화점 상생 눈맞춤
1976년 개장한 대인시장은 점포가 335곳으로, 한때 호남 최대 재래시장이었다. 그러나 인근에 있던 전남도청과 시외버스터미널 등이 옮겨가면서 쇠퇴했다. 활력을 잃어가던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은 곳은 같은 상권에 있는 롯데백화점 광주점. 2km 정도 떨어진 백화점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나서자 시장 상인들은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고 ‘상생’에 나섰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은 올 2월 대인시장과 결연을 하며 상생협력의 첫발을 내디뎠다. 백화점 각 분야 전문가 12명으로 꾸려진 ‘지역상생연구회’는 매주 회의를 통해 시장 상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전통시장이 가장 취약했던 부분은 과학적인 진열방법, 위생관리, 소방전기 안전 분야였다. 광주점은 매월 두 차례 시장 상인들에게 고객맞이 자세와 불만 고객 응대방법은 물론이고 위생 및 안전관리, 판매기법 등 백화점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대인시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백화점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하고 상인들이 회의나 각종 모임, 교육을 진행할 공간도 빌려주고 있다. 대인시장에서 삼겹살 가게를 운영하는 이은심 씨(56·여)는 “예전에는 시장 주차 공간이 넉넉지 않아 단체 손님을 받지 못했는데 지금은 백화점 측에서 주차장을 제공해줘 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 상인자녀 장학금에 저금리 대출까지
롯데백화점 광주점은 ‘1점포 1전통시장 결연활동’이 성과를 내도록 연간 재래시장 상품권 1200만 원어치를 구입해 직원 포상금으로 주기로 했다. 재래시장 상품권을 백화점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인시장 상인 자녀에게 장학금을 주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며 영세상인에게는 1500만 원까지 저금리 대출도 지원하기로 했다.
환경개선은 백화점이 중점적으로 펼치는 상생사업이다. 쾌적한 쇼핑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간판을 정비하고 장바구니, 비닐 쇼핑백 등 전통시장 전용 포장물과 전용 카트를 제작해 보급하기로 했다. 볼거리가 많은 시장을 만들기 위해 ‘대인시장 가요제’ ‘B-Boy 공연’ 등 공연도 지원하기로 했다.
백화점과 재래시장의 상생사업을 마뜩찮게 여기던 상인들도 달리 보기 시작했다. 홍정희 대인시장 상인회장(65·여)은 “백화점과 협력사업을 한 뒤부터 시장 상인들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며 “무엇보다도 젊은 손님이 많이 늘면서 시장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류민열 롯데백화점 광주지역장은 “전통시장 상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며 “시장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협력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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