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야생노루가 관광객에 나뭇잎 달라고 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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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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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노루생태관찰원

제주시 봉개동 노루생태관찰원 노루들이 순치과정을 거쳐 관광객들이 주는 먹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먹고 있다. 제주도는 유해동물로 지정된 야생노루를 포획한 뒤 노루생태관찰원에 수용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시 봉개동 노루생태관찰원 노루들이 순치과정을 거쳐 관광객들이 주는 먹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먹고 있다. 제주도는 유해동물로 지정된 야생노루를 포획한 뒤 노루생태관찰원에 수용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25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제주시 거친오름 일대 50만 m² 규모의 노루생태관찰원. 어린이들이 주는 사철나무 잎을 받아먹으려고 노루들이 졸졸 따라다녔다. 나뭇잎을 꺼내들자 노루들이 순식간에 고개를 들어 낚아챘다. 한 노루는 먹이를 더 달라고 머리를 목책 사이로 들이밀기도 했다. 관광객들은 일본의 나라(奈良) 현 사슴공원처럼 노루들이 천연덕스럽게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에 신기해했다.

야생노루들은 70∼80m까지 접근하면 그대로 꼬리를 보이며 달아나지만 이곳의 노루 21마리는 사람과 친숙하다. 5년 동안 순치 과정을 거친 결과로 관광자원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 노루생태관찰원에 앞으로 더 많은 노루가 들어온다. 제주도가 개체 수 급증으로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농민들의 원성을 잠재우기 위해 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했다. 후속조치로 ‘생포 작전’을 대대적으로 펴 노루생태관찰원에 이주시킬 계획이다.

○ 사면초가에 놓인 노루


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했지만 일반인은 함부로 포획할 수 없다. 농작물 피해를 막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불법으로 잡거나 노루를 이용한 음식물, 가공품을 만들면 최고 2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제주도는 ‘노루 생포 이주사업단’을 꾸려 농경지 주변에 서식하는 노루를 대상으로 포획작업에 나선다.

포획한 노루를 우선 노루생태관찰원에 수용한다. 200여 마리를 생포해 노루생태관찰원에 이주시키고 내년에 추가로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2리 궁대악오름 주변 55만 m²를 새로운 노루생태관찰원으로 만들어 500여 마리를 수용할 계획이다. 이곳에 콩, 무 등을 뿌려 자연스럽게 먹이를 먹도록 할 방침이다.

제주도 허경종 환경자산과장은 “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하자 일부 주민은 맘대로 잡아먹거나 사냥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노루의 종 보존은 물론이고 제주 상징성, 노루에 대한 도민 정서 등을 고려해 노루 포획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 개체 수 조절 한계

노루 생포는 야생동물관리협회 제주도지부가 맡는다. 제주도는 마취총 3정과 생포용 틀 2개를 구입해 지원할 예정이다. 마취총은 정당 350만 원, 생포용 틀은 개당 250만 원으로 비용이 만만치 않다. 마취 총 명중률이 40%에 불과하고 총에 맞더라도 노루가 숲 속으로 달아나면 수색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생포 작업의 효율성이 낮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주지역 야생 노루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멸종위기에 놓였으나 1987년부터 먹이 주기, 밀렵 단속, 올가미 수거 등 다양한 보호 활동을 펼치면서 개체 수가 늘었다. 제주대 오홍식 교수팀이 2011년 3월부터 1년 동안 모니터링한 결과 노루 1만77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농작물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적정 개체인 3300마리의 5배가량이다. km²당 노루의 적정밀도는 8마리로 알려졌지만 제주지역 노루 분포는 해발 500∼600m 45.6마리, 해발 400∼500m 36.7마리 등이다.

노루 밀도가 적정치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생포 작업을 벌이더라도 개체 수 조절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 한라산연구소 오장근 박사는 “농경지 주변 노루들을 포위하거나 유인용 농작물을 심는 방법도 있다”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지만 노하우를 쌓으면 적절한 포획 방법과 개체 수 조절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노루생태관찰원#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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