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행복” 53%→45%… 더 우울해진 전업주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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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에 만족” 34% 그쳐… 슈퍼우먼 광고에 거부감
취업주부는 행복감 변화없어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전업주부들의 행복도도 떨어졌다.

한국리서치 조사(자녀가 있는 25∼49세 기혼여성 대상)에 따르면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전업주부의 비율은 2002년 52.5%에서 지난해 44.6%로 하락했다. 반면 삶이 행복하다는 취업주부의 비율은 2002년 49%에서 2012년 48%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조사에서 전업주부 중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33.6%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취업주부는 44.7%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나는 능력 있는 사람’이란 문항에 대해서는 전업주부의 21%, 취업주부의 29.5%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삶에 대한 전업주부들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기주 한국리서치 이사는 “전업주부들은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난 현실과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우울해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주부 대상의 광고나 마케팅에 위로와 인정 등의 요소를 집어넣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주부 박모 씨(40)는 “얼마 전 한 돌잔치에서 마주친 남편 친구의 부인을 애써 외면하며 대화를 피했다”며 “전업주부인 나와 커리어우먼인 그녀가 비교되는 것이 싫어서였다”고 설명했다.

아줌마닷컴을 운영하는 여성 전문 마케팅업체 이너스커뮤니티의 황인영 사장은 “상당수 주부들은 광고에 나오는 ‘슈퍼우먼’ 이미지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젊은 여자에게 남편을 뺏기지 않으려면 열심히 꾸며야 한다는 내용의 광고에 대해 주부 패널들의 비난이 쏟아진 적이 있다”고 전했다.

3년 전 직장을 그만둔 전업주부 민모 씨(32)는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뒀는데, 일과 가정을 모두 잘 해내는 슈퍼우먼에 대한 광고를 보면 나 자신이 실패자가 된 것처럼 느껴져 우울하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기업들은 마케팅 활동을 하면서 주부들의 실제 생각에 대해 좀 더 정밀한 조사와 연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권모·김현수 기자 mikemoon@donga.com
#전업주부#슈퍼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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