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징계 피하려면 친구가 시켜서 동참했다 써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교사가 ‘왕따 거짓진술’ 학생들에 강요

‘집단 따돌림(왕따)을 당했다’는 학생의 주장을 듣고 같은 반 일부 학생들에게 가해 진술을 강압적으로 받아낸 혐의로 중학교 교사가 검찰에 송치됐다.

이 같은 사실은 왕따 가해자로 몰려 징계를 받은 학생과 그 부모가 강압에 의한 진술인 만큼 징계처분은 무효라며 소송을 통해 징계 취소 처분을 이끌어 내면서 알려졌다.

이 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세종시의 H중학교 교사 이모 씨는 지난해 4월 반장인 A 군의 학부모 상담에서 ‘아이가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조사에 나섰다. 같은 반 학생 7명으로부터 ‘B 군이 A 군에게 대놓고 욕하고 다녀 반 전체가 A 학생을 따돌리게 됐다. 나도 왕따를 당할까봐 같이 욕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 냈다.

학부모와 경찰 교사 등으로 이뤄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조사를 토대로 B 학생에게 출석정지 처분과 학급 교체, 특별교육 이수 처분을 내렸다. 왕따에 동조했다는 학생들은 잘못을 시인함에 따라 별도의 징계 처분은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처분에 반발해 재조사에 나선 B 군 측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학생 7명 가운데 5명으로부터 ‘학생부장 교사가 소리를 지르고 폭행과 협박을 하면서 징계를 받고 싶지 않으면 B 군이 시켜서 A 군을 왕따시켰다고 쓰라고 했다’는 진술을 받아 경찰에 고발했고 법원에는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은 ‘이 교사가 학생들에게 진술을 받아 내는 과정에 강압성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대전지검에 송치했다. 대전지법 제1행정부(김미리 부장판사)는 경찰의 조사결과 등을 토대로 ‘B 군이 다른 학생들과 함께 A 군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신체적 또는 심리적 공격을 가해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따돌림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징계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B군은 징계처분을 받은 후 지난해 여름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집단 따돌림#가해 진술#중학교 교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