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하청업체 도산시킨 ‘甲의 횡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허위 세금계산서 끊어주니 채무로 둔갑시켜 지불 요구
리베이트 5억 대납 강요도 …
경찰, 임직원 2명 구속영장… 금호석화 “부당거래 없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이 아파트 창호 시공 사업을 하면서 하청업체를 상대로 115억 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도록 한 혐의(세금계산서 교부 의무 위반 등)로 이 회사 지모 상무(51)와 윤모 차장(44)에 대해 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하청업체들은 금호석화가 자신들에게 자재를 공급하고 대금을 받았다는 허위 기록을 남기게 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실제론 자재를 제대로 주지 않았지만 서류상 기재돼 있는 대금을 지불하라고 요구해 빚을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I사의 경우 대표 사택이 가압류 상태로 경매가 진행 중이고 아예 부도가 난 하청업체도 있다. 이들은 불법행위에 가담한 터라 양벌규정에 따라 형사처벌까지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경찰은 금호석화가 2009년 창호자재 사업부를 신설했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연간 매출 목표액 330억 원을 달성하기 위해 이 같은 일을 꾸민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2009년 7월 하청업체인 Y사 등 3개 업체로부터 창호 자재를 납품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1억9000만 원 상당의 자재를 사들인 것처럼 거짓 세금계산서를 끊었다. 그런 뒤 I사 등 창틀을 제작하는 다른 하청업체에 창호자재를 공급한 것처럼 세금계산서를 허위 발행하게 하는 수법으로 2009년 7월∼2010년 2월 하청업체 12곳으로부터 115억 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금호석화가 아파트 시공사로부터 공사를 따낸 뒤 일감을 나눠주는 ‘갑’이라 하청업체는 부당한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금호석화가 하청업체들에 일감을 주는 조건으로 공사 수주 과정에서 시공사 측에 주기로 한 리베이트 5억5000만 원을 대납하도록 한 혐의도 수사 중이다. 금호석화 윤 차장은 “공사 책임자가 회식을 요구한다”며 하청업체에서 3000만 원을 받아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지 상무는 하청업체 대표에게 “국산차를 타고 다니니 사람들이 우습게 본다. 외제차를 구해 달라”고 요구해 하청업체가 외제 차량을 리스해 제공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금호석화는 7일 해명자료를 내 “하청업체와 정상적으로 자재를 주고받았기 때문에 가공 거래는 없었으며 개별 비위 직원은 해고했다”며 “일부 업체가 파산하거나 대표 사택이 가압류된 것은 개별 회사의 자체적인 문제로 우리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금호석화#하청업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