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술 마셨지” 한마디에 꼼짝없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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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자만 노려 사고 위장… 26차례 돈 뜯은 일당 적발

“지금 내 차를 들이받고 그냥 도망간 거야? 어, 당신 술 마셨네?”

2006년 2월 19일 오전 3시 15분 김모 씨(36·여)의 승용차가 잠시 멈춰선 사이 두 남성이 김 씨의 차 앞에 차를 세우고는 이렇게 따져 물었다. 김 씨는 “내가 언제 사고를 냈냐”며 항변했지만 두 남성이 타고 있던 차량의 앞 펜더는 찌그러져 있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던 김 씨는 이런 협박에 위축돼 합의금으로 300만 원을 뜯겼다. 하지만 사고는 없었고 펜더는 원래 찌그러져 있던 것이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 같은 수법으로 2006년 2월부터 2011년 7월까지 26차례에 걸쳐 6550만 원가량을 뜯어낸 혐의(공동공갈)로 주범 이모 씨(40)를 구속하고 공범 최모 씨(39)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달아난 김모 씨(39)는 지명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친구나 형제 사이인 이들은 서울 강남과 마포 일대 유흥가를 돌며 술집에서 나와 바로 차를 몰고 가는 사람들을 뒤따라가 고의로 경미한 접촉사고를 내거나 사고가 나지 않았는데도 사고가 난 것처럼 꾸며 음주운전을 빌미로 합의금을 뜯어냈다. 술 깨려고 차에서 잠을 자는 사람은 그가 일어나 차를 몰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고를 내기도 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음주운전#사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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