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금연계획 안녕하십니까]<하> 신형담배 안전성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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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무연담배… 금연초… 못 믿겠어요”

흡연 경력 25년차인 자영업자 김모 씨(47·여). 위암과 유방암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끊지 못했다. 수차례 금연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 병이 악화될까 봐 염려스러워 고민하다 전자담배를 택했다.

그러나 “몇몇 전자담배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오히려 불안감이 커졌다. 그는 “금연하자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몸에 덜 해로운 담배로 검증된 제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전자담배의 금연 효과는 확실치 않아

직장인들이 건물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다. 흡연자 중 일부는 그나마 건강을 생각해 신형 담배를 선택한다. 하지만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DB
직장인들이 건물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다. 흡연자 중 일부는 그나마 건강을 생각해 신형 담배를 선택한다. 하지만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DB
흡연자들은 ‘건강한 흡연’ 권리를 주장한다. 국내 최대의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이 지난해 8월 회원 5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담배회사에 바라는 점을 묻는 질문에 흡연자들은 △냄새 안 나는 담배 개발(24.1%) △몸에 덜 해로운 담배 개발(20.6%)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담배를 끊지 못해도 최소한 건강을 지키고 대인 피해를 줄일 방법을 원한다는 말이다.

이를 반영하듯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분이 적다고 여겨지는 전자담배, 무연담배, 씹는담배와 같은 신형 담배가 인기를 얻고 있다. 강력한 금연정책과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금연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체재로 전자담배를 많이 선택하는 편이다.

가장 소비량이 많은 제품은 전자담배. 담뱃잎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흡입하게 만든 장치다. 니코틴은 들어있지만 타르와 같은 발암물질이 없어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다. 니코틴 부족에 따른 금단 현상을 완화시키기 때문에 금연보조제로도 활용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연 보조요법으로 인정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전자담배의 금연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의학적 연구가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일부 전자담배에서 발암물질과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

노동영 서울대 암병원장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자담배나 금연초에 유해성분이 많다는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정확한 분석과 합리적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신형 담배 안전성 검증해야

미국에서는 신형 담배의 안전성과 관련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식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가족흡연방지 및 담배통제법(FTSPTCA)’이 대표적이다. 2009년 생긴 이 법에 따르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지 않은 담배는 질병의 위험을 줄인 ‘유해성 완화담배(MRTP)’라고 주장할 수 없다.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권한을 FDA에 부여했다.

MRTP에 관한 세부지침은 올 4월 미국 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시행이 되면 전자담배를 비롯한 신형 담배는 MRTP 인증을 받기 위해 FDA에 검증을 신청해야 한다. 몸에 덜 해로운 담배에 대한 검증과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국내에도 신형 담배의 안전성을 실험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권경희 동국대 약대 교수는 “몸에 덜 위험하다고 광고하는 제품이 정말로 그런지는 검증된 바 없다. 정부가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형 담배가 기존 담배의 대체재 역할을 하려면 안전성부터 검증하라는 이야기다.

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2020’에 따르면 2020년까지 흡연율을 성인 남성 20%, 성인 여성 6%로 낮추는 게 정부의 목표다. 이를 위해 금연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몸에 덜 해로운 담배’에 대한 검증과 규제가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금연#전자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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