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씌운 눈조각 비가 내린 1일 강원 태백시 태백산눈축제장 모습. 얼음이 녹는 것을 막기 위해 말춤 추는 싸이 눈조각에 비닐이 씌워져 있다. 태백시는 비가 오자 긴급히 눈 조각들에 비닐을 씌웠지만 일부는 훼손을 막지 못했다. 태백시 제공
겨울비가 내린 1일 오전 강원 태백시 태백산 눈축제장. 직원들이 눈 조각 작품에 비닐을 덮느라 분주했다. 날씨가 따뜻한 데다 20mm의 비교적 많은 비가 내려 일부 눈 조각은 이미 녹아 버렸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태백의 최저 기온은 1.5도로 올 들어 처음 영하권을 벗어났고 평균기온도 6.7도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따뜻한 날씨는 일시적 현상으로 다시 한파와 폭설이 예고돼 있다. 겨울 내내 한파와 잦은 눈으로 괴롭힘을 당한 서민들은 이래저래 뒤죽박죽 날씨에 울상을 짓고 있다.
○ ‘겨울비’에 행사 잇단 축소 연기
때 아닌 겨울비와 갑작스러운 기온 상승이 겨울 축제 등 각종 행사의 발목을 잡았다. 태백시와 눈축제 관계자들은 이날 태백산도립공원과 시내 일원에 설치된 대형 눈 조각들에 비닐을 씌웠다. 그러나 50여 개의 눈 조각 가운데 미처 비닐을 씌우지 못한 10여 개는 훼손 상태가 심각해 철거됐다.
이날 오후 비가 그치고 기온이 다시 떨어져 ‘눈축제의 마지막 주말을 망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던 관계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눈조각 일부가 사라진 데다 얼음미끄럼틀과 앉은뱅이썰매 등의 시설마저 훼손돼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2, 3일 이틀 동안 설악산 토왕성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16회 설악산 토왕성 빙벽등반대회’ 역시 전격 취소됐다. 1일 10mm가량의 비와 기온 상승으로 빙벽이 녹아 붕괴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영숙 속초시 관광축제담당은 “2010년 폭설이 내려 대회가 취소된 적은 있지만 기온 상승으로 취소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정성껏 행사를 준비했는데 아쉽다”라고 말했다.
평창군 대관령 일원에서 진행 중인 2013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에서도 일부 경기가 순연됐다. 조직위는 1일 비가 내리자 선수들의 안전을 고려해 크로스컨트리 알파인스킹 스노보딩 등 3개 경기를 하루 늦춰 진행했다.
○ 추위에 전통시장 발길 뚝 ‘상인 울상’
주부 이모 씨(41·춘천시 퇴계동)는 이번 겨울 세탁기 배수관이 얼어 이를 녹이느라 애를 먹었다. 춘천에 이사 온 지 3년 동안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한 세탁기가 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씨는 재발 방지를 위해 전기난로를 베란다에 가져다 놓고 기온이 많이 떨어지면 가동하고 있다.
춥기로 소문난 강원도에서도 이번 겨울 동장군은 맹위를 떨쳤다. 최전방 지역인 철원의 경우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최저 기온이 영하 15도 아래로 떨어진 날이 32일이나 됐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 지난해 12월부터 도내에 한파특보가 발령된 것은 6차례 40일로 전년 같은 기간 4차례 34일에 비해 늘었다.
이 때문에 도내에서는 한파 피해가 잇따랐다.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수도관과 계량기 동파로 인한 수리 건수는 1662건에 달했다. 또 상수도관이나 지하수 관정이 얼어붙어 소방차가 89차례에 걸쳐 150t의 물을 지원했다. 또 지난달 21일 도내 곳곳에 내린 대설로 12개 시군 629곳에서 피해를 봤다. 비닐하우스 151곳을 비롯해 인삼재배시설 441곳, 축사 21곳, 기타 16곳 등으로 50억460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도내 전통시장도 울상이다. 추위가 심하면 실내 공간인 대형마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31일 시장경영진흥원이 발표한 ‘도내 전통시장의 2013년 1월 체감 및 2월 전망’에 따르면 강원지역 전통시장의 경기 동향지수는 47.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포인트나 하락했다. 강신환 강릉중앙시장 번영회장은 “이번 겨울 전통시장의 영업 부진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 요인도 있지만 추위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라며 “설 대목을 앞두고 추위가 풀리고 설 경기도 풀렸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