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연 “노원구 종북 특강” VS 한홍구교수 “법적 대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2일 1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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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연 "노원구청서 시민상대로 김일성 찬양론자 특강"
한홍구 교수 "김일성 항일운동은 팩트, 비난 지나쳐"

"노원구청의 김일성 찬양론자 특강에 대한민국 엄마들이 뿔났다. 미래의 교육을 걱정하는 엄마들은 더는 노원구청의 행태를 묵과하지 않겠다!"

비 내리는 21일 오후 4시 서울 노원역 롯데백화점 앞에 현수막이 펼쳐졌다.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이하 교학연, 대표 김순희)이 노원구청을 규탄하는 시위를 열었다.

노원구청에서 기획한 '2013년 동계 노원인문학 특강'이 문제가 됐다. 노원구에서는 이달 24일부터 2월28일까지 총 6회에 걸쳐 근현대사 특강을 연다. 그런데 강사가 '김일성 연구가'로 알려진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다.

◇교학연 "한홍구 교수, 좌편향 세뇌강연 뻔해…김성환 구청장 전대협 전력"


교학연은 이날 성명을 통해 "김일성을 노골적으로 찬양하여 친북인명사전에 올라온 한홍구 교수가 강의하는데, 좌편향적 세뇌강연이 될 것은 뻔한 일"이라며 "이적단체 한총련의 전신인 전대협에서 활동했던 노원구청장의 전력으로 보아 의도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홍구는 2004년 한겨레21 칼럼에서 '김일성은 귀족영웅이 아닌 자수성가형 민족영웅', '우리는 그가 북쪽에 있는 형제들의 수령이었음은 인정해야 한다' 등으로 표현하여 김일성을 노골적으로 찬양했다"며 "'국가보안법을 자꾸 어겨서 금단의 선을 넘어서 없애 버려야 한다'는 한홍구의 주장은 종북주의자들과 같다. 또 'NLL을 마치 영토지배처럼 얘기하는데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교학연은 "국민의 혈세로 대한민국을 부정한다는 비판을 받는 한 교수의 강연을 하는 것은 노원구민과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특강 취소를 요구했다.

교학연의 시위와는 별도로 노원구청 관련 부서에 보수 성향 시민들의 항의 전화도 빗발쳤다. 부담을 느낀 노원구청은 강연을 직접 주최하기로 한 계획을 바꿔 관내 시민단체인 마들주민회 주최로 변경했다.

◇노원구청 시민단체 주최로 한홍구 특강 변경


구청 측은 "지난 7일부터 모집을 시작해 3만원의 유료 강의임에도 정원 100명을 3일 만에 초과, 접수 마감일 현재 200여명이 신청하는 등 주민들 호응도가 매우 높다"고 해명했다. 주민이 원하는 강연이고 직접 주최하는 것도 아니니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교학연 김순희 대표는 "주최 측을 바꾼 구청의 행위는 쇼다. 이건 분명히 구청에서 하는 것"이라며 "노원구청이 한홍구 교수가 종북이 아니다, 주민이 원해서 하니까 문제 안 된다고 하는데, 우리가 볼 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교학연은 강의가 끝날 때까지 계속 시위를 벌일 방침이다.

한홍구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사진으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를 주제로 '박정희와 그의 시대', '광주 그 이후' 등을 다룰 예정이다.

과거 한 교수의 사진 강의 자료를 입수해본 결과 △5·16 군사정변 직후, 5월 16일 오전 중앙청 앞에서 박정희 소장과 이낙선 소령, 박종규 소령 △생포된 무장공비 김신조 △전태일 열사 정례식에서 아들의 영정을 껴안은 이소선 여사 △ 납치 후 풀려난 야당 정치인 김대중 씨의 일본 기자회견 △태극기에 싸인 5·18 희생자들의 관 사진 등이 소개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학교에서 한국사를 전공한 한 교수는 6·25전쟁전후의 민간인 학살 문제와 베트남전 등 한국근현대사의 그늘진 영역을 파헤치는 등 전통적 역사해석에 반기를 든 학자다.

고(故) 한만년 일조각 사장의 4남이자 교육자 유진오 씨의 외손인 한 교수는 가계로만 보면 한국사회 혜택을 본 주류(主流)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학 재학시절 유시민 전 장관과 학생운동을 하며 비판적인 시각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국 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김일성의 항일(抗日)투쟁사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 한 교수 "종북 비판, 윤창중 막말 효과 때문…법적 대응 고려"


한 교수는 "김일성의 독립운동 행적은 객관적인 팩트(fact)인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 내 김일성 연구는 역사적인 미국 학회에서도 받아들인 사실"이라며 "연구가에게 입을 다물라는 게 더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문제가 된 '20세기형 민족주의자 김일성' 칼럼과 관련해 "전체적으로 보면 김일성 찬양이 아니다. '김일성은 이북의 경제난과 인권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더라도, 김일성의 항일 투쟁 경력을 깎아내려선 안 된다'는 얘기였다"며 "그 칼럼 쓴지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여태껏 문제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그동안 김일성에 대해서 객관성을 유지하려 애썼다면, 박정희 정권에 대해서는 정수장학회 문제 등 과(過)를 부각하려 한 것도 사실이다. 그는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신 유신'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내가 남쪽에 사니까 (김일성보다) 박정희 시대에 더 미세한 돋보기를 들이댈 수는 있다. 하지만, 역사학회에서 통용된 팩트를 말했다. 박정희가 독재했다는 건 다 인정하지 않느냐"라며 "신 유신시대라는 말이 지나쳤다면, 비판적인 역사 토론을 제안하면 된다. 역사의 자유시장에서 학문적으로 경쟁해야지, 종북이라니"라고 비판했다.

그는 "(인수위 대변인) 윤창중 효과 때문인지, 막말해야 정권에 중용된다고 한번 튀어보려는 것 같다"며 "저들이 계속 위력으로 내 입을 막는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KBS아나운서 출신 정미홍 더코칭그룹 대표는 21일 밤 JTBC와 TV조선에 잇따라 출연해 한홍구 교수와 김성환 노원구청장에 대해 "대한민국 역사를 폄하하고 저주하는 종북 성향"이라며 비판했다. 김 구청장은 22일 "허위사실유포죄, 명예훼손죄 등으로 정 씨를 형사 고발하고 민사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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