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기도 쌍용차 뇌사 직원, 8명에 새 생명 선물하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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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기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자살을 기도해 뇌사상태에 빠졌던 쌍용차 직원 류모 씨(49)가 심장 등 8개의 장기를 새 생명에게 남겨주고 떠났다.

류 씨는 평택공장 조립2팀에 근무하던 8일 오후 10시경 조립2라인에서 목을 매 자살을 기도했다. 병원으로 옮겼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나 17일 오후 뇌사판정을 받았고, 부인 등 유족은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의료진은 17일 오후 9시 20분경 산소호흡기 등을 떼고 류 씨에게 사망선고를 내린 뒤 18일 장기기증 수술을 했다.

쌍용차에서 23년간 재직한 류 씨는 A4 용지 6장 분량의 자필 유서를 통해 정치권의 부실 매각, 정부의 안일한 대책과 해고 근로자들의 잘못된 시위 방향에 따른 불안감 등을 털어놨다. 그는 “정치권의 부실 매각만 없었어도, 구조 조정한 회사를 정부에서 제대로 지원만 했어도, 정리 해고된 동료들의 투쟁방향만 올발랐어도 무(無)잔업 라인, 죽어있는 조립2팀이 아니었을 텐데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며 “3년간 불규칙했던 급여보다 더욱 가슴이 아픈 건 신차 개발 한 대도 안 되는 회사의 현실”이라고 적었다. 류 씨는 해고 근로자 위주의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가 아니라 재직 중인 직원이 주축인 쌍용자동차 노조 소속 조합원이었다.

빈소는 평택시 장당동 중앙장례식장 동백실. 발인은 21일 오전이며 장지는 평택시 청북면 서호추모공원.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쌍용차#자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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