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찌질남… 현금아이템 주고 “닉네임만 불러주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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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애인과 데이트 “가슴이 두근두근”

올해 28세인 이모 씨는 다소 소심한 성격이다. 직장이나 대인관계에서도 숫기가 없는 편이다. 그런 이 씨에게 새해 들어 여자친구가 3명이나 생겼다. 영어 유치원 교사, 미술 전공 대학원생, 외국계 금융회사 여직원에게 ‘세 다리’를 걸치고 연애 중이다. 다들 유명 연예인 수준의 초절정 미인들이다. 여친 성향에 맞춰 클럽, 미술관, 영화 촬영지 등을 다니며 데이트를 즐긴다. 그는 17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말 꿈을 꾸는 것처럼 행복해요. 컴퓨터를 끄기 전까진….”

이 씨의 여자친구는 모두 온라인 가상 인물이다. 한 가상 연애 서비스 사이트에서 만난 사이다. 이 서비스 이용자는 사이트 안에 ‘전시된’ 이성 중 누구와도 데이트할 수 있다. 장소에 따라 대화 주제와 가상 애인의 태도가 달라져 실제 연애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게 강점이다. 무명 배우들을 모델로 써 애인 연기를 하도록 한 뒤 촬영한 영상을 프로그램 내에서 재생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는 개시 열흘 만에 4만여 명이 몰렸다. 이 중 80%는 20, 30대 남성이다. 이들은 가상의 애인과 영상 데이트를 한 뒤 환희에 찬 후기를 사이트 게시판에 쏟아냈다. “죽었던 연애세포가 되살아나는 거 같아요.” “화면 속 여자가 날 뚫어져라 쳐다보며 웃는데 가슴이 쿵쾅거렸어요.”

화면 속 여성이 자신의 온라인 닉네임을 불러주는 소리가 듣고 싶어 수십만∼수백만 원을 지불하는 남성들도 있다. 17일 오전 2시경 개인 인터넷방송 사이트 ‘아프리카’에 한 여성 진행자가 화면에 뽀뽀하듯 입술을 내밀었다. “××님 별풍선 10개 선물 고마워요∼.” 그러자 다른 남성들이 “내 닉네임도 불러달라”며 앞다퉈 ‘별풍선’을 날렸다.

별풍선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아이템이다. 방송 진행자는 별풍선 1개를 70원에 환전해 현금 수익을 올린다. 인기 여성 진행자는 하룻밤에 수백만 원을 번다. 지난해 아프리카 토크 여자부문 최우수상에 뽑힌 한 여성 진행자는 누적 시청자 수가 5064만여 명에 달했다. 별풍선을 내야 가입할 수 있는 유료 팬클럽 가입자 수도 6만 명에 가깝다.

스마트폰도 ‘온라인 연애파’에게는 유용하게 쓰인다. ‘두근두근 우체통’ ‘살랑살랑 돛단배’ ‘관심사톡’ 등 불특정 다수의 이성에게 무작위로 쪽지를 날리는 이들 애플리케이션은 출시 직후부터 인기를 끌었다. 이용자들은 “전 22세 서울 남성. 오늘 저녁 얘기 나눌 여성분 연락 주세요” 등의 내용을 담아 쪽지를 보낸 뒤 답장을 해오는 여성들을 무작정 기다린다. 이들의 외로움을 금전 사기로 악용하는 ‘인터넷 꽃뱀’들도 등장했다. 부작용이 심해지면서 스스로를 ‘온라인 찌질남’이라고 자조하는 남성들도 있다.

젊은 남성들이 실제 여성과의 만남을 회피하면서 온라인 가상 연애에 빠지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초식남’이 늘어나는 현실의 반영이라고 분석한다.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펙 중시 사회’의 단면”이라며 “학력 직장 집안 등 조건을 중시하는 풍조에 부담을 느낀 일부 남성들이 가상세계에서 대리만족을 찾는다”고 분석했다. 여성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어가면서 여성 혐오증에 빠지거나 국제결혼을 최선의 대안으로 여기는 젊은 남성도 늘고 있다.

젊은층의 성비 불균형이 심한 것도 이런 현상을 가져온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2010년 현재 20∼24세 남녀 성비는 여성 100 대 남성 113.7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불균형하다. 25∼29세(103.8), 30∼34세(102.0)도 남자가 더 많은 건 마찬가지다.

조동주·박훈상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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