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도서관이 건립될 남구 여천위생처리장. 200여 m 떨어진 곳에 울산석유화학공단이 위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시 제공
울산시립도서관 건립 위치가 남구 여천위생처리장 용지로 확정됐다. 2009년 3월 시립도서관을 짓기로 한 지 4년 만이다. 하지만 건립 위치 논란이 불거졌다. 주택가와 멀어 시내버스 노선이 별로 없고 석유화학공단과 인접한 ‘혐오시설’이 있던 곳이어서 악취 공해가 심하기 때문이다.
○ 여천위생처리장, 땅값 안 들어
울산시는 “시립도서관 용지 선정을 위한 시정조정위원회(12명)와 도서관·도시계획 전문가 위촉위원(3명) 등이 참석해 심의한 결과 여천위생처리장에 시립도서관을 건립하기로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날 여천위생처리장과 함께 검토된 후보지는 울산대공원 3차용지(남구 옥동), 남구문화원(남구 달동), 울산혁신도시 내 클러스터 용지(중구 우정동), 진장초등학교 예정지(북구 진장동).
시는 이 가운데 여천위생처리장이 내년 4월 울주군 온산분뇨처리장으로 이전하기 때문에 시유지인 이곳을 무상으로 즉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면적은 3만1628m²(약 9567평). 이곳은 또 반경 2.5km 이내에 학교가 18개, 인구 16만 명이 거주하고 있어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시는 밝혔다. 시는 6월까지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마치고 중앙 투융자심사를 거쳐 내년에는 설계에 들어갈 계획이다.
2015년 4월 공사를 시작해 2017년 개관할 예정이다. 400억 원으로 총면적 1만5000여 m²(4500여 평)로 짓는다. 시립도서관은 2009년 3월 타당성 연구용역에서 건립 필요성이 결정됐다.
○ “악취 공해 있어 생활하기 불편” 지적
그러나 시립도서관 건립 위치가 확정된 뒤 “왜 하필이면 위생처리장이냐”는 시민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도서관 위치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쾌적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 여천위생처리장은 울산 전역에서 발생하는 분뇨를 1977년 11월부터 정화 처리하고 있다. 하루 처리 용량은 300t. 시민들은 “첨단 공법으로 도서관을 건립해도 30여 년 동안 분뇨 처리과정에서 토양에 누적된 악취를 과연 제대로 제거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위생처리장은 울산석유화학공단과는 직선으로 200m 거리다. ‘혐오시설’인 위생처리장을 이곳에 건립한 이유다. 이 때문에 위생처리장 인근의 여천과 삼산, 달동 주민들은 공단에서 발생하는 악취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위생처리장은 주택가와 떨어져 있어 이곳을 통과하는 시내버스는 5개 노선밖에 없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2009년 시립도서관 건립 연구 용역 당시에는 6개 후보지 가운데 남구문화원 용지가 최적지로 평가받았지만 이번에는 하위로 밀렸다. 시는 후보지별 점수 공개 요구를 거부했다.
시립도서관을 남구로 결정한 것이 ‘지역 안배’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립미술관은 중구, 컨벤션센터는 울주군에 각각 건립하기로 최근 결정했기 때문. 울산시 이기원 기획관리실장은 “여천위생처리장은 용지 확보가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다. 혐오시설이 이전한 여기에 교육문화시설을 건립함으로써 친환경·문화도시로 변모하는 울산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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