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형 수능 혼란 감당 어려워” vs “지금 유보땐 되레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4일 03시 00분


■ 교육계 의견 엇갈려… 학부모 혼선 가중

정부가 올해 시행하려는 선택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유보냐 시행이냐를 놓고 교육단체마다, 또 대학들 간에도 다른 주장을 내놓아 고교 교사와 예비 수험생들이 불안해한다.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학습 부담이 더 커지면서 사교육업체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선택형 수능의 모의평가와 학력평가를 6월 5일에 동시 실시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본보 지적에 따라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본보 12일자 A12면 진학지도 베테랑 교사 5명이 말하는 선택형 수능 문제점

○ 교육단체마다 입장 엇갈려

고교에서 진학을 지도하는 교사 모임인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는 “올해 선택형 수능 시행을 유보해 달라”는 의견을 확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성권 협의회장은 “지역협의회 15곳 중 10곳이 유보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전체 의견을 이런 쪽으로 잡고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진학지도협의회는 선택형 수능을 미뤄야 한다는 의견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새 정부에 전달하기로 확정했다.

이에 앞서 고려대와 연세대를 비롯한 서울지역 주요 9개 대학 입학처장들은 올해 선택형 수능 시행을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10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11일 “올해 수능을 예정대로 시행하고 차기 정부가 ‘대입전형 단순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함께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선택형 수능에 따른 수험생과 학교의 어려움, 대학의 지적은 이해하지만 수능을 10개월 앞두고 유보하라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교과부 방침과 마찬가지로 유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교과부 관계자는 “고교 3학년 모의평가와 고교 1, 2학년 학력평가를 6월 5일 동시에 치르기 힘들다는 지적에 타당성이 있다”며 “모의 및 학력평가 일정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교 1∼3학년이 같은 날 모의 및 학력평가를 치르면 6종류의 영어 듣기평가를 동시에 진행할 수 없다는 본보 지적을 검토한 결과다.

○ 학부모들은 사교육 늘까 걱정

본보가 입시전문업체 ㈜하늘교육과 함께 12, 13일 예비 고교 3학년 학부모 1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선택형 수능이 학습 부담을 줄여주나’라는 물음에 55.1%가 ‘부담이 그대로다’라고 답했고 40.2%는 ‘부담이 늘었다’고 밝혔다. 학습 부담이 줄었다는 응답은 4.7%에 그쳤다.

‘선택형 수능이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나’라는 물음에도 36.4%는 ‘부담이 늘었다’고 답했고 61.7%는 ‘그대로다’라고 밝혔다. 부담이 줄었다는 응답은 1.9%에 불과했다. 정부는 선택형 수능을 도입하면 사교육비와 학습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학부모의 71.0%는 쉬운 A형 시험과 관련해 “난이도, 문제유형, 준비법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고 81.3%는 “학교에서 선택형 수능을 따로 준비해주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선택형 수능을 시행한다고 2011년 1월 예고했지만 학부모와 학생은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고, 고교 역시 미리 준비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학부모와 학생이 사교육에 더 의존하는 이유인 셈이다.

자녀가 올해 고교 3학년이 되는 장모 씨(45·여·경기 부천시)는 “학교에서 제대로 준비도 못했는데 선택형 수능을 시행하겠다고 하니 정부가 부모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 같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모 씨(48·서울 노원구)도 “A, B형의 난도 차이와 실제 학생 간의 성적 분포를 알 수 없어 불안하다. 경쟁이 더 치열한 B형을 선택한 학생은 학습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정대로 선택형 수능을 시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라졌다. 34.6%는 시행하지 말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답했고, 27.1%는 시행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또 22.4%는 시행한 뒤 재검토해야 한다, 15.9%는 시행하지 말고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학부모들이 선택형 수능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유보냐, 시행이냐 하는 논란까지 겹치면서 혼란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도형·김희균 기자 dodo@donga.com
#선택형 수능#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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