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탈주범, 등산화 산 동네에 숨어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6일 03시 00분


■ 안산서 닷새만에 검거

20일 오후 경기 일산경찰서에서 달아난 성폭행 피의자 노영대 씨(32·전과 9범)가 25일 경기 안산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4시 25분경 안산시 고잔동의 한 오피스텔을 덮쳐 노 씨를 검거했다. 혼자 있던 노 씨는 격렬히 저항하다 격투 끝에 검거됐다.

검거 당시 노 씨는 왼쪽 손목에 수갑을 차고 있었으며 수갑을 무리하게 빼낸 탓인지 오른손에 심한 상처가 남아 있었다. 또 변장을 시도한 듯 도주할 때의 긴 머리를 삭발한 상태였다. 이 오피스텔은 노 씨가 21일 등산화를 구입한 할인매장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으로, 노 씨의 교도소 동기인 안모 씨(54)의 내연녀의 집이다.

노 씨는 앞서 20일 오후 7시 40분 일산경찰서 1층 진술녹화실에서 조사를 받은 뒤 외부계단을 통해 지하 1층 강력팀 사무실로 이동하던 중 수갑을 찬 채 1.8m 높이의 경찰서 담장을 넘고 왕복 8차로 도로를 건너 도주했다. 논란이 됐던 수갑 착용 부분은 노 씨가 도주직후 오른손만 빼낸 채 왼손에 차고 달아난 것으로 확인됐다. 검거 당시 노 씨는 왼손에 양쪽 수갑을 한꺼번에 차고 있었다. 풀어낸 수갑 오른쪽이 철렁대지 않도록 왼손에 채운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잠긴 수갑에 손을 넣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노 씨는 도주 3시간 30분 후인 20일 오후 11시 7분에 경찰서에서 2km가량 떨어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법무공무원 연수원 부근에 나타났다. 경찰은 양손을 옷으로 싸매고 맨발인 노 씨를 수상히 여긴 택시운전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이미 사라진 뒤였다. 이후 노 씨는 과거 절도행각을 벌였던 안산으로 달아났으며 다음 날인 21일 오전 인천에 사는 친구 A 씨(32)를 고잔동 도로에서 만나 현금 20만 원을 받았다. 오전 11시경 고잔동 C모텔에 투숙한 노 씨는 인터넷으로 ‘수갑, 키 없이 여는 법’과 서울의 한 수갑공장 주소를 검색했다. 이어 오후 5시 30분경 모텔 인근 홈플러스 매장에서 등산화를 구입했으며 오후 11시경 모텔을 나와 인천으로 이동했다. 노 씨는 23일 오후 6시 10분경 친구에게 공중전화를 2차례 건 뒤 다시 사라졌다가 25일 안산의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도주 직후 돈 한 푼 없던 노 씨가 일산에서 30여 km 떨어진 안산까지 이동할 수 있었던 데는 누군가가 교통편을 제공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노 씨에게 오피스텔을 제공한 안 씨를 범인 은닉죄로 체포했다. 노 씨는 11일 새벽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자매를 성폭행하고 도주했다가 17일 체포됐다.

안산=남경현 기자·고양=조영달 기자 bibulus@donga.com

[채널A 영상] 5일만에 검거된 노영대, 왼쪽 손목에 수갑 두쪽이…‘미스터리’



#탈주범#노영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