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버스로 6시간이 꼬박 걸리는 어촌 마을, 경북 울진군 후포면 후포항. 이 지역 유일한 고교인 후포고 교문에는 며칠 전 이 학교 3학년 일란성쌍둥이 형제 송지창, 민창 군의 대학입시 합격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었다. 민창 군보다 2분 일찍 태어난 지창 군은 포스텍(포항공대) 일반전형으로 단일계열, 민창 군은 서울대 기회균등특별전형으로 화학생물공학부에 합격했다. 주변에 보습학원 하나 없는 환경이지만 스스로 공부하며 방학에는 대학·교육청 주관 과학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는 등 노력한 결실을 거둔 송 군 형제. 11일 후포고를 찾아 이들의 명문대 합격 성공비결을 들어봤다. ○ “동아리 설립… 발명대회 참가, 과학체험 기회 개척했죠”
송 군 형제는 외모, 말투뿐 아니라 꿈도 닮았다. 바로 신소재·물질을 연구하는 공학자 겸 교수가 되는 것. 훗날 사람 몸에 부작용을 최소화한 ‘인공장기(체장)’를 함께 개발하는 것이 형제의 목표다.
유난히 과학을 좋아했지만 정작 과학탐구 체험을 할 기회가 적었던 그들은 포스텍 발행 월간지 ‘포스테키언’ 등 잡지와 과학독서를 구해 읽는 방법으로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했다. 2학년 때 형제는 함께 교내 과학동아리 ‘과대망상’을 만들고 8명의 회원을 모아 과학탐구 활동을 했다. 대학입시 준비로 분주했던 올해 5월에도 지창 군은 ‘경상북도 과학전람회’, 민창 군은 ‘경상북도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등 각종 과학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그들이 과학 분야에서 구체적인 진로를 설정하게 된 것은 고2 때 대학 주관 과학캠프에 참가하면서다. 지창 군은 울산과기대, 민창 군은 포스텍이 주최한 이공계 체험 캠프에서 교과서에서만 봤던 각종 화학·생물 실험을 해보면서 장차 자신이 연구하고픈 분야를 탐색했다.
“제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현직 교수님에게서 진로설계에 대한 조언을 듣고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과 대입 준비 정보를 교환하니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어요.”(지창)
○ “서로 테스트하며 한 책상에서 공부… ‘괴물’소리 들으며 공부했죠”
송 군 형제의 집은 학교에서 자동차로 왕복 40∼50분 걸리는 외진 농촌마을에 있다. 이들의 부모는 주유소 운영으로 바쁜 중에도 3년 동안 형제를 자동차로 통학시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의 부모는 형제가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등교 전 두 시간씩 교육방송(EBS)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기특하게 여겼다. 송 군 형제는 아침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과목별 기본 4종에 이르는 EBS 교재를 수능 전까지 서너 번 복습했다.
학습 효율성을 최대로 높이기 위한 형제의 ‘협동학습’은 학교에서 빛을 발했다. 매 수업이 끝나면 5분 동안 서로의 교과서와 노트를 바꿔보며 빠진 내용을 각자 노트에 채웠다. 모의고사 오답 문제는 하나씩 찢어서 교복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식사시간에 배식을 기다리는 사이 꺼내보는 방법으로 자투리시간을 활용했다.
귀가 후에는 책상을 따로 쓰지 않고 방 안의 원탁에 마주 앉아 공부를 했다. 모르는 것을 바로바로 묻고 가르쳐주기 위함이었다. 지창 군은 “학교수업과 EBS 교재를 충실히 공부한 것만으로도 포스텍 일반전형의 수학·과학 심층면접, 전공적합성평가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 군 형제는 대학생이 되면 열악한 농어촌 환경에서 공부하는 고교생들에게 자신들의 명문대 진학 비결을 전수하는 멘토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결국 ‘환경’보다 ‘의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농어촌 학생들도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훌륭한 롤모델이 되는 쌍둥이 형제가 되고 싶어요.”(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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