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딱 100원만 들고오세요. 점심의 행복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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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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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밝은세상 무료급식소… 65세 이상 어르신들 대상
9년째 따뜻한 나눔 실천

9년째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고 있는 울산 남구 신정동의 ‘밝은 세상’ 무료급식소. 어르신들이 5일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밥을 받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9년째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고 있는 울산 남구 신정동의 ‘밝은 세상’ 무료급식소. 어르신들이 5일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밥을 받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5일 오전 11시 반경 울산 남구 신정동 울산시청 뒤 ‘밝은 세상’ 무료급식소.

점심시간에 맞춰 어르신들이 줄을 서 있었다. 대부분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고 허리가 꾸부정해 지팡이나 유모차에 의지하고 있었다.

이 무료급식소가 문을 연 것은 2004년 3월 30일. 울산 정토사에서 불교 교리를 배운 불교대학 총동문회가 주축이 돼 “지역사회에 좋은 일을 해보자”며 뜻을 모은 것. 만 65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는 이곳에는 매일 따뜻한 밥에 국과 반찬 네 가지가 나온다. 5일에는 만둣국에 가자미조림 다시마채 가지나물 김치가 반찬으로 제공됐다. 반찬은 매일 달라진다. 이곳 급식소 밥맛이 소문나면서 지금은 하루 130명이 이용하고 있다. 3년째 이곳을 찾는다는 이모 씨(74·남구 신정동)는 “밥맛이 좋고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이춘수 급식소장
이춘수 급식소장
이 무료급식소의 식비는 1인당 100원. 이춘수 급식소장(56)은 “처음에는 무료로 식사를 제공했으나 어르신들 자존심이 상할까 봐 100원씩 받고 있다”고 말했다. 남구청은 무료급식소 주·부식비로 연간 5000만 원씩 지원해주고 있다. 건물 임차료 등 운영비는 후원자들 성의에 의존한다. 그러나 연간 500만 원 안팎씩 적자가 난다. 음식 준비와 설거지, 청소 등은 자원봉사자 250명이 하루 8∼10명씩 돌아가면서 맡는다.

이 소장은 “오전 9시 문을 열기 전부터 급식소 앞을 서성거리는 어르신도 많다”며 “이들은 아침을 못 드시고 기다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급식소 측은 오전 9시부터 번호표를 나눠준 뒤 오전 11시 반부터 순서대로 배식하고 있다. 이 급식소는 월∼금요일에만 급식을 한다. 토, 일요일은 배식을 하지 않는다. 이 소장은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 점심을 못 드시는 어르신이 없도록 자원봉사자들도 정성을 다해 음식을 장만하고 있다”며 “맛있게 드시고 나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울산에는 현재 ‘밝은 세상’과 같이 65세 이상 어르신을 위한 무료급식소가 33곳 있다. 이곳을 이용하는 어르신은 4577명. 울산 전체 어르신(8만4600명)의 5.4%다. 울산시 저출산고령사회과 052-229-4830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무료급식#이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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