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책방 덕에 퇴근길이 행복했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3일 03시 00분


■ 행복문고 10곳 폐점 위기

하루 평균 300∼400명이 찾는 종로3가역 행복문고는 하나둘 자취를 감춘 동네서점 역할을 대신 해내고 있다. 행복문고는 내년 
1월 협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수익성 높은 사업체에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하루 평균 300∼400명이 찾는 종로3가역 행복문고는 하나둘 자취를 감춘 동네서점 역할을 대신 해내고 있다. 행복문고는 내년 1월 협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수익성 높은 사업체에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서울 지하철 환승역 틈새공간에서 동네서점 역할을 해온 ‘5678 행복문고’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도시철도공사와 한국출판협동조합의 협약에 따라 행복문고가 서울 지하철 5∼8호선 지하공간에 들어선 지는 올해로 4년째다. 행복문고는 2009년 1월 영등포구청역을 시작으로 2011년 1월 연신내역 환승통로까지 태릉입구 왕십리 석계 온수 청구 삼각지 약수 종로3가역 등 환승역 10곳에서 영업 중이다.

그러나 내년 1월 16일 협약기간 만료일을 앞두고 도시철도공사가 이 공간을 임대료가 높은 다른 업종에 내주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행복문고가 폐점 위기에 놓인 것이다. 도시철도공사 상가관리단 관계자는 “사업기획팀으로 업무가 곧 이관되는데 그쪽에서 행복문고의 사업 실적이 좋지 않아 수익성이 좋은 사업 유치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행복문고엔 덤핑도서만 있을 것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신간도서 35%, 일반도서 30%, 할인도서 35%의 비율로 출판협동조합이 도서를 공급한다. 이용객은 연평균 21만 명 정도.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3가역점의 경우 하루 평균 300명이 넘는 이들이 찾으며 100권 정도가 팔린다. 남종철 종로3가역점장은 “한번 들르면 서너 권씩 사가는 단골손님도 20명 정도 된다”고 전했다.

약수역점은 단골 우대 서비스로 유명하다. 숫자 맞추기 퍼즐인 스도쿠 관련 책을 열심히 사는 ‘스도쿠 아줌마’, 김진명 소설 마니아인 ‘김진명 소설 아저씨’ 등 단골 고객에 별명을 지어 명부를 만든 뒤 이들이 좋아하는 장르의 신간이 들어오면 전화로 알려준다.

종로3가역 행복문고점에 자주 들른다는 회사원 이모 씨(44)는 “대형 서점엔 갈 시간이 없어 출퇴근길에 행복문고에 들러 책을 고르곤 했다”며 “동네 서점도 점차 사라지는데 쉽게 들를 수 있는 지하철 책방마저 없어지면 책과 더욱 멀어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구인 한국출판협동조합 경영혁신본부장은 “행복문고마저 문을 닫으면 영세한 1인 출판사의 책이 독자와 만나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행복문고#지하철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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